“내 작품, 혼자 재밌게 노는 놀이예요”

대중 속에서 호흡하는 작가와 꼭 닮은 작품들
작품은 내 스스로 행복하게 즐기는 삶의 행위

 
공자는 “도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곡식에 비하면 ‘아는 자’는 그것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자이고, ‘좋아하는 자’는 먹고 난 후 그것이 맛있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자이고, ‘즐거워하는 자’는 좋아하는 것을 먹은 후 행복을 느끼는 자라는 뜻이니 그것이 어찌 같은 다 같은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작품의 시작은 “재밌게 노는 것”
“내 작품은 그냥 내 스스로가 즐겁게 노는 놀이예요. 작품을 빚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굳이 무엇을 만들어야겠다고 시작한 적은 없어요. 그냥 흙을 주물럭대며 놀다보면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전 그 작품들을 보며 즐거워 할 뿐이죠”
도조작가 인문영(59) 씨는 자신의 작품들과 똑 같은 웃음으로 해맑게 웃는다. 그의 미소는 때로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달마와 비슷하기도 하고 시골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순박한 가장의 모습과도 닮았다.
“예전에는 고민에 가득 찬 작품들을 참 많이 했어요. 제가 세상 속에서 느끼는 것들이 고민 투성이었죠. 회사를 다닐 때 부당한 노조탄압에 맞서서 시위대 맨 앞에 서서 사물놀이도 하곤 했으니까요. 그 뒤 오랫동안 해왔던 순수미술도 그만뒀는데 어느 날 도조작품들을 만나면서 아주 매료돼버린 거예요. 회화와 달리 도자작품들은 아무 곳에나 세워둬도 어울리는 것이 아주 매력 있었거든요”
인문영 작가는 삶에 회의가 들던 당시 장승을 보며 다시 예술에 대한 희망의 물꼬를 틔웠다고 말한다. 장승은 마치 자신을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왔고 피카소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리 조상들의 삶을 가장 단순화시켜 대중화한 것을 발견하곤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작품에 몰두
“새벽 5시에 일어나 8시까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는 꼬박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으로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칙은 명절에도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죠. 제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딱히 무엇을 만들겠다는 걸 정하고 작품을 시작한 적은 없지만 만들다보면 제 마음속에 있던 것들이 작품으로 나오곤 하니까요”
인문영 작가는 이따금 함께 화원을 경영하고 있는 아내로부터 화분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못 이기는 척 물레를 돌려 십여 개 화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는 자유분방하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에 몰두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천생 예술가다.
“이십대 중반부터 송탄미술인회 회원으로 활동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아 혼자 미술을 익혔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미술 사조를 공부하고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공부했죠. 전 동양철학 쪽에 더 많이 관심이 갔었어요. 그때 장승도 만들고 달마도 만들기 시작했죠”
인문영 작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이 대중과 호흡하며 대중 속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작품가격이 마치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 같은 높은 가격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인체크로키를 그릴 때 생동감을 느낀다는 인문영 작가는 인체에 대해 오래 익힌 사람답게 달마나 동자, 그 외 다른 작품에서도 안정감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편안함을 선보인다.
작품전은 작가를 키우는 디딤돌
“작가들은 전시를 한 번씩 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전시할 때 힘든 걸 생각하면 다신 안하고 싶다가도 작품을 만들다보면 어느새 다음번 전시를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죠. 처음에는 일상의 모든 굴레들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 표현된 작품들이었다면 지금은 반드시 그런 것만 들어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일상의 굴레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지금은 그런 굴레들마저도 때로 즐기려는 마음이 많아졌어요”
인문영 작가는 4월 18일부터 28일까지 고덕면 동고리에 있는 대안문화공간 ‘루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랫동안 천착해온 ‘흙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깊어진 작가의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미류공방에서 도예를 시작하고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전시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작품을 하며 즐겁게 놀듯이 작품을 전시할 때도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며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거죠”
인문영 작가의 작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가족이라는 존재가 가져야 하는 근원적인 행복을 잃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와락 눈물이 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자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천진난만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문득 마음이 순해지기도 했으리라. 그의 작품에는 그런 힘이 있다. 발가벗은 할아버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견디고 세월에 순응하는 동안 어느새 대지의 넉넉한 품과 닮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곤 흠칫 놀라기도 한다.
자신을 닮은 가장 편안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인문영 작가, 작은 토우에서부터 민중의 얼을 담고 장승까지 그가 만들어내는 인문영 작가의 작품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고향의 품에 안주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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