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농장에서 수확한 배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해마다 수확량의 일부를 수출 하는데 나는 해마다 바보가 된다. 만약 시장에 내다 팔았으면 적어도 30%이상 수익을 더 낼 수 있음에도 생산량의 삼분지일을 수출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 분명하다. 5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보는 것이 눈에 선한데도 수출을하는 것이 바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정부는 틈만 나면 수출을 이야기한다. 어찌 되었건 우리나라 물건이 해외로 나가 달러가 돼서 들어오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익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농민들은 어떤가. 농산물 수출은 말이 좋아 농가소득원이지 찬찬히 살펴보면 농가를 착취하는 것이다. 농가의 수출 가격이 국내시장보다 낮은데 수출을 하라고 하려면 가격을 보전해줘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농민을 속이는 것이며 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를 비롯한 농가들이 수출을 하는가. 그것은 이유가 있다. 국내 농업의 단작화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단작화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농산물이 생산되다가 이것들이 돈이 되지 않게 되고 농사를 지어도 품삯이 나오지 않으니 다른 돈이 되는 작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그중 한 가지가 ‘배’인 것이다. 비교적 농사가 어렵지 않고 한반도 어디에나 배는 고루 재배 될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재배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 사과 수확량을 앞지른 때도 있었다.
나라 안에서 소비되는 배는 대략 40여만 톤에 이른다. 그러나 한해 수확되는 양은 최대 48만 톤에서 43만 톤에 이른다. 그러면 많게는 8만 톤에서 적게는 3만 톤이 남게 된다. 우선 국내 물량을 해외로 보내야 한다. 미국으로 1만 톤, 대만으로 1만 톤, 유럽으로 몇 천 톤 해서 겨우 3만 톤 정도가 해외로 수출 되는 것이다. 그러니 참여정부 때는 북으로 보내기도 했다. 해서 국내에 소비량을 늘리려고 배 팔아주기 운동,  배 먹기 운동 참 별스런 걸 다 동원해도 똥값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니 죽자하고 수출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국내 물량을 줄여 과잉생산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는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양이 생산됐을 때 그나마 수출 우선순위를 붙잡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제살을 떼어내는 고통으로 농사를 짓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어 내놓는다. 농산물 수출은 제 살점을 져며서 내놓는 것이다. 그러려면 거기에 합당한 보상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농산물 수출에 대한 보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 FTA에 합의된 대로라면 우리나라 농산물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문턱이 낮아졌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농산물은 먹을거리이므로 그 나라 국민들의 취향이나 문화관습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사람이 먹지 않는 것을 수출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바보스런 짓이다.
농민들의 한 해가 다시 시작된다. 올해는 무엇을 심어야 하나 고민들이 많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 듯이 인간을 배제하는 자본주의도 서서히 기울어 가는 모양이니 슬슬 인간의 숨소리가 들리는 들판에서 따뜻한 먹을거리를 함께 나눌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이곳저곳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소통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희망일 것이다. 농민은 수확을 돈으로만 환치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소비자는 정당한 보상을 통한 소비주권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희망의 언덕을 서로 손잡고 걸어가다 보면 봄이 오고 들판엔 새싹들이 삐죽삐죽 돋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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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지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평택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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