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한복의 아름다움 알리러 갑니다”

전통을 바탕으로 모던한복의 아름다움 선보여
오바바 대통령 내외에게도 한복 선물 예정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 그대로 전통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낸 모던한복이 오는 6월 11일 백악관에서 패션쇼를 펼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게 될 디자이너는 다름 아닌 평택시 지제동에서 ‘박지현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현 씨다.
모던한복은 한복의 색채미와 곡선미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인의 취향에 맞춘 것으로 화려하고 입기 편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결혼식이나 각종 연주회, 파티 등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6월 백악관에서 모던한복 선보여
“이번 백악관 패션쇼에서는 제가 디자인한 모던한복 40여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내외분께도 제가 만든 한복을 선물해 드리려고요. 외국 분들이 먼저 한복의 아름다움이 살아있으면서도 실생활에 맞게 디자인한 모던한복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지요. 이번 백악관 초청 패션쇼는 저에게 귀한 경험이지만 책임감 때문에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열심히 잘 준비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백악관의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오겠습니다”
박지현(53) 디자이너는 이번 백악관 초청의 메인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책임감이 더 크다고 전한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개인의 성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기에 더 그렇다. 이번 백악관 방문에는 중앙대학교 한국무용학과 학생들과 소녀명창 송소희 양, 판소리 신동 박성열 군이 함께 해 한국 의상과 소리의 절묘한 조합을 이룰 예정이라고.
디자이너로서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패션쇼를 진행한다는 것이 다른 이들에겐 짐짓 화려하게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이뤄낸 역사가 있다. 박지현 디자이너는 어쩌면 그렇게 힘든 지난 시간들이 내재해 있어 현재의 모습이 더 안정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지도 모른다.

역경 헤치고 새로 일구며 마음도 비워
“30대 초반부터 한복을 시작했으니까 벌써 20여년이 되었네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입고 지내시던 한복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체구도 자그마한 분이 늘 한복을 입고 계셨는데 참 예뻐 보였거든요. 처음엔 통복시장 쪽에서 한복집을 경영했어요. 빚 얻어서 5~6년 하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죠.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 참 고집스럽게 저만의 디자인을 만들어가던 시기였어요. 불편하게만 생각되는 한복을 내 나름대로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활동성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불이 나는 바람에 몽땅 다 재가 되고 말았어요. 아무것도 건질 게 없었죠. 막막함만 남은 참 힘든 시기였지요”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박지현 디자이너는 새삼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나 자신만의 한복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고.
힘든 과정을 겪다 보니 그제야 제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싶었어요. 전화위복인 셈이죠”
박 디자이너는 모든 것을 잃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힘든 과정을 겪으며 비로소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장기기증을 신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욕심을 갖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고집스러움이 현재를 만들어
“지금까지 늘 새로운 한복을 만드는 데만 투자하느라 별로 가진 게 없지만 마음만은 항상 부자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고집스러움이 현재의 저를 있게 만들었죠. 고집스러움과 정신력은 아마도 엄마에게서 배운 듯합니다. 엄마가 나이 50에 말기 암 판정을 받았는데도 70이 넘은 지금까지도 당신만의 고집과 정신력으로 버텨온 분이거든요”
어린 시절, 5남매 중 큰딸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난이 싫어 기차만 보이면 도망치고 싶었다는 박 디자이너는 지금은 여유롭지 않아도 희망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따금 패션쇼를 끝마치고 나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복은 좋은 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주인공이 되어 가장 돋보여야 하는 옷입니다. 때문에 화려하면서도 본인에게 맞는 옷으로 디자인 되어야지요. 아무리 전통 의상이지만 현대인들이 입으려면 현대에 맞게 만들어져야하고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잘 어우러진다면 한복은 더 사랑받는 복식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오는 6월, 백악관에서의 패션쇼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박지현 원장, 전통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던 한복이 세계 속의 뛰어난 의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시발점에 역경을 이겨낸 그녀가 우뚝 서 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