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단지 대단위 개발계획 30여년간 표류
관광 전담 공무원 수 당진시가 3배나 많아
주민, 종합개발계획보다 지구별 개발 원해

 
 
최근 수도권과 가까운 서해안지역의 포구와 어항이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시흥 소래포구에서부터 화성 궁평항, 당진 삽교호, 서산, 태안, 보령 등 자동차로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행락객들이 붐비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인들의 주 5일 근무에 이어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주 5일 수업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지보다는 자연의 멋과 맛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같은 서해안벨트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평택호관광단지는 예외다. 인근 삽교호관광지는 주차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비해 평택호관광단지는 ‘경기도 제1호 관광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기 짝이 없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되는가? 평택시사신문 ‘평택의 쟁점’에서 진단해 봤다. 

3월 10일 토요일 12시 45분 평택호관광단지 관광안내소 인근 식당가. 주말 점심시간이지만 주차장 어디에도 관광객이 타고 온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횟집 안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넓은 홀은 텅 비어있었고 밑반찬을 준비하는 주인의 입에서는 푸념만 흘러나왔다. 이 같은 상황이 하루 이틀일이 아님을 짐작케 할 뿐이다.
15분 후인 오후 1시 삽교호관광지. 500여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곳곳이 차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이면도로와 인도에까지 차들이 북적댔다. 수산물 직판장과 횟집, 함상공원 어디에나 관광객들로 생동감이 넘쳐났다. 평택호에서 12㎞, 승용차로 15분 거리인데 두 곳의 상황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최근 평택지역에서 평택호관광단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택호관광지는 ‘평택지구대단위농업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74년 평택호방조제를 준공한 후 3년만인 1977년 3월, 276만3000㎡의 면적이 관광지로 지정됐다. 이후 1982년 평택군에서 ㎡당 3000원 정도에 토지를 수용했으며, 건축이 완료된 상가를 ㎡당 22만 원에 분양받아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들어갔다. 평택호관광지 상가 개장 초기에는 경기남부지역에서 각광받는 명소로 횟집들이 호황을 누려왔다. 당시 교통여건이 좋지는 않았지만 평택지역 주민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찾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붐볐으며 특히, 성인들의 봄·가을 나들이와 학생들의 소풍으로 대형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평택호관광지가 갑자기 침체기로 접어든 것에 대해 이곳 상인들은 네 가지 이유를 꼽는다. 배대석 경기도관광협회 평택호지부장은 “주차료 부과가 시발점이 되었고, 둘째는 서해대교 개통과 국도 39호선의 평택호 관통, 셋째는 해안도로 무허가 음식점 성행, 마지막이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평택시 행정의 부재”라고 말한다.
1986년 평택군이 관광지 출입 차량에 시설이용료 명목으로 주차료를 부과하면서부터 관광객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소탐대실’한 셈이다. 장사가 덜 되자 궁여지책으로 횟집에 오는 손님의 주차료를 대신 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인들은 이를 두고 ‘준조세’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실제 주차료 수입은 주차관리요원의 인건비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설상가상 2001년 서해대교가 개통돼 관광객들이 평택호를 경유할 매력이 없어졌을 뿐더러 국도 39호선의 차량 통행량이 늘어 4차로로 확장하면서부터는 관광지를 그대로 지나치는 구조로 도로 공사가 완료되어 상인들은 또다시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인효환 전 현덕면주민자치위원장은 “30여 년간 이 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것은 평택호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공직자들의 인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근 충청남도는 산업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원인도 있겠지만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하는데 우리 평택시는 짧게는 몇 개월, 길어야 1~2년 관광 업무를 보다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깊이 있게 추진하기는커녕 업무 파악만 하다가 떠나게 돼 결과적으로 손해는 상인들과 시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고 평택시의 관광행정을 꼬집었다.
상인들이 건축물에 대해서만 재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년 평택시에 공유재산 대부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6년에는 황당한 일까지 겪게 됐다. 매년 청구하던 대부료를 행정 착오로 3년 치를 한꺼번에 청구해놓고는 분할 납부시 연체료를 내야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당시 상인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 조치라며 민원을 제기했었다.
현덕면에 거주하는 정수일 씨는 “평택시는 입만 벌리면 평택호관광단지에 대한 장밋빛 개발계획을 늘어놓고 있는데 최초로 관광지가 지정된 지 35년이나 됐는데 지금까지 실현된 것이 무엇이 있냐”며, “민간자본 투자에 의한 거창한 관광단지 개발보다 실현 가능한 계획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개발이 우선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평택시는 “관광단지를 종합개발 방식으로 규모 있게 추진해야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민간 개발업체 외에도 제3의 사업자가 시에 개발계획서를 넣겠다고 한 상태여서 이를 받아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현재까지의 민간자본 투자방식 개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기도가 올 3월 22일 발표한 경기도 관광 비전과 관광개발 기본방향을 담은 ‘제5차 경기도권역별관광개발계획(2012~2016)’에는 평택호관광단지 확대 계획이 빠져있어 평택시 행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6일 평택시 담당 국장과 과장 등이 평택호관광단지 상인 대표자를 찾아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중지를 모아 평택시에 발전방향을 제안한다면 설명회를 가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대석 지부장은 “상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던 평택시가 지금에 와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대화 제안 자체를 의아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택호관광단지에서 15분 거리인 삽교호관광지가 후발주자이면서도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함께 갖춰져 있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매력이라고 관광객들은 얘기한다.
3월 10일, 안성시 금산동에서 삽교호를 찾은 친목계원들은 “삽교호가 평택호보다 물가가 싸서 온 것은 아니다”라며, “해산물과 젓갈, 건어물을 한 곳에서 구입하기가 쉽고, 함상공원과 놀이시설 등 볼거리가 다양해 삽교호에 오게 된다”고 이 곳을 자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삽교호해산물특화시장 상가 2층에서 20평 남짓한 둘리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여주인은 “주말에는 500여명이 넘는 손님이 회와 해산물을 드시고 간다”며, “11시부터 3시까지는 쉴 틈도 없이 손님을 맞고 있다”고 즐거운 비명을 늘어놓았다.
삽교호번영회 한광호 회장은 “삽교호관광지가 활력이 넘치는 것은 어시장이 형성되어 흥정을 하면서 싼값에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퇴역한 군함 두 척과 수십 종의 놀이기구를 갖춘 놀이동산, 곤충박물관,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유람선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수도권에서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충청남도와 당진시의 행정적인 지원도 돋보인다. 당진시에 따르면 시 행정에서 관광분야를 별도의 사업소로 분리하여 5급 소장을 중심으로 관광기획, 관광개발, 삽교호관광지관리, 관광마케팅 업무를 15명의 공무원이 맡고 있으며, 일용직 근로자는 정원 외의 별도의 인력이라고 밝혔다. 평택시가 문예관광과 내 관광진흥팀과 관광개발팀에 5명의 공무원을 배정한 것에 비교했을 때 당진시 담당 공무원이 평택시보다 무려 3배가 많다. 또한 당진시는 삽교호 현장에도 6급을 포함한 5명의 공무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평택시는 평택호에 행정직 공무원의 파견이 전무한 상태다. 특히 당진시가 관광기획업무를 별도의 팀으로 운영하는 것은 시가 관광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당진시는 관광지 개발에 대한 중장기계획을 갖고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권역별 소규모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평택시가 대단위 개발에 30여 년간의 세월을 보낸 것에 비하면 당진시는 내실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삽교호관광지에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해군에서 퇴역한 상륙함 1척과 구축함 1척을 유치해 입체영상관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해산물특화시장을 건축해 저렴한 가격으로 해산물을 구입하거나 맛보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기호에도 맞춤형으로 대응했다.
지역 축제도 당진시는 ‘삽교호 조개구이축제’를 개최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집중하는데 반해 평택시는 4~5억 원을 들여 인기 연예인 중심의 일회성 축제인 ‘평택항·평택호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고 있어 평택호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로부터 낭비성 축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매년 가을에 진행하는 ‘삽교호 조개구이축제’는 20~30만 명이 방문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반면 똑 같이 이틀간 열리는 ‘평택항·평택호 페스티벌’은 외부업체가 진행해 10만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낮다는 게 상인들의 평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택호관광지와는 달리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경기권과 충청권 서해안 관광벨트가운데 유독 평택호가 침체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위기의식과 이에 대한 원인 분석, 대책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평택호관광단지(경기도 평택시)
■ 연혁
- 1974년 5월 22일 : 평택호방조제 준공
- 1977년 3월 31일 : 평택호관광지 지정(2,763,000㎡)
- 1979년 2월 13일 : 조성계획 승인
- 1993년 7월 6일 : 평택호관광지 면적변경(2,763,000㎡→676,073㎡)
- 2008년 5월 19일 : 경기도권역 관광개발계획 변경(676,073㎡→2,743,000㎡)
- 2008년 12월 31일 : 경기도권역 관광개발계획 변경(관광지→관광단지)
- 2009년 10월 7일 : 관광단지 지정(경기도 최초)
- 2011년 11월 11일 : 한국소리터 개관

■ 일반 현황
- 호수 면적 : 2429만㎡
- 호수 저수량 : 9898만t
- 수혜 농지면적 : 1억3675만㎡
- 소재지 :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기산리, 대안리, 신왕리 일원

■ 평택호방조제 축조
공사 기간 : 1970년 12월 20일~1973년 12월 19일
공사비 : 377억원
방조제 길이 : 2,564m (평택시 현덕면 ~ 아산시 인주면)

■ 공공편익시설
평택호관리사무소(관광안내소) : 1동
한국소리터 : 27,183㎡
평택호스튜디오 : 3동
수중고사분수 : 최고높이 105m
수변데크 : 885m
예술공원 : 8,533㎡
모래톱공원 : 13,382㎡
가족놀이공원 : 8,088㎡
주차장 : 568대
농산물직판장 : 1동(492.6㎡, 2층)
화장실 : 6동

■ 상가현황
식당(상가) : 33업소
농산물판매장 : 1업소
자동차극장 : 1업소
숙박시설 : 3업소


삽교호관광지(충청남도 당진시)
■ 연혁
- 1979년 10월 26일 : 삽교호방조제 준공
- 1983년 10월 10일 : 삽교호관광지 지정(2,763,000㎡)
- 1979년 2월 13일 : 조성계획 승인
- 1983년 12월 ~ 2009년 (1단계 : 83 ~ 2003년, 2단계 : 2004 ~ 2009년)

■ 일반 현황
- 호수 면적 : 2017만㎡
- 호수 저수량 : 8408만t
- 수혜 농지면적 : 1억8000만㎡
- 소재지 : 충청남도 당진군 신평면, 운정리, 신당리 일원
■ 삽교호방조제 축조
공사 기간 : 76년 12월 24일 ~79년 11월 30일
공사비 : 162억원
방조제 길이 : 3,360m(당진군 신평면~아산시 인주면)

■ 공공편익시설
잔디공원(삽교천유역농업개발기념관 소재) : 25,800㎡
쉼터(파고라) :6개소
주차장 : 1,404대(소형 1,342 , 대형 62)
공중화장실 : 4개소
체육공원 : 잔디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배구장, 게이트볼장
함상공원 : 퇴역 상륙함 1대, 구축함 1대, 입체영상관, 편의시설
유람선 : 유람선 5척, 모터보트 4척
놀이동산 : 놀이기구 16종(바이킹 등 다수)
곤충박물관 : 희귀곤충 전시, 각종곤충 분양, 체험학습
어민회 : 낚싯배 대여 2척(해영호,대명호)
 
■ 상가현황
식당 : 횟집 64업소, 한식식당 6업소
어패류와 젓갈,건어물 판매 : 29업소
노래방 : 3업소
기타업종(편의점(슈퍼)외)  : 8업소
숙박시설 : 2업소 68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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