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교육자, 이젠 새내기 농군이죠”

주경야독 열정과 신념, 아직도 ‘현재진행형’
블루베리농법 배우며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평생학습이 활성화되면서 ‘배우고 제때에 익히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던 성현의 말씀을 자주 되새기게 된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야 새삼 논할 일은 아니지만 배곯던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란 아마도 현재와는 다른 굳은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 했으리라.

검정고시 출신 농고생, 교사되다
“가난한 집 5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공부는 꿈도 못 꿨어요. 그때는 대부분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으로 취직하면 잘 됐다고 할 때였으니까요. 양복점에 취직시켜준다고 저를 데리러 온 할머니를 따라가기 싫어서 수숫단 속에 밤새 숨어있기도 했죠. 전 죽어도 공부하고 싶었고 결국 남들보다 두 살 늦게 중학교 과정인 고등공민학교에 다녀 검정고시로 수원농고에 진학했어요”
한신블루베리농원 조한신(70) 대표는 배워야 산다는 일념으로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교재를 찍어내는 등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늦게까지 공부하며 야간대학교를 마쳤다. 1973년 청담중학교에 처음 교사로 발령받을 때까지도 아이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당시 꼭 한번 공부를 포기하려 한 적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제 막 결혼한 아내에게 말도 못했는데 아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건 다 나중에 해도 되니까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고 절 다그치는 거예요. 생활도 쉽지 않았었는데 절 믿고 응원해 준 아내 덕분에 대학원 공부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조한신 대표는 지난시절 어렵게 공부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소 짓는다. 공부하기 위해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비를 아껴가며 몇 시간씩 걸어가고 단 두 벌의 옷으로 1년도 버텨야 했지만 그로인해 얻게 된 교직은 천직이라 생각할 만큼 보람 있는 일이었다.

인연을 소중히 하며 살아온 삶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이 교육자로서의 제 삶을 이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인연에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하며 살았던 건 사실이죠.
평교사에서 서른여덟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교감이 되었을 때나 그 이후 교장이 되어 학교마다 부임해 퇴임할 때까지도 그 속에는 언제나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들이 있었거든요”
조한신 대표는 평교사 10년·교감 15년·교장 15년을 지내오는 동안 늘 학생과 교사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라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2004년 안성공업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진학반을 만들어 희망을 선물하기도 했다.
“교사 시절 가장 마음 아팠던 건 평교사 시절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힌 여학생을 처음으로 퇴학시킨 일이었어요. 이후부터 생긴 소신이 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절대 퇴학은 없어야겠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집중했죠.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늘 하는 말이 나 같은 검정고시에 농고 출신도 교장을 하는데 너희들은 나보다 환경이 좋으니 더 큰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조한신 대표는 2008년 퇴임과 더불어 2000평 대지에 블루베리를 가꾸는 새내기 농군으로 변신했다. 농사를 짓겠다는 말에 만류하는 주변사람도 많았지만 흙과 더불어 살겠다는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새내기 농군, 배움의 열정은 청년
“왜 농사를 지으려 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했어요. 첫째는 학교에서 교장은 15년 동안 했지만 이젠 내가 직접 경영하는 사장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인생을 90세까지 산다면 퇴임 후 남은 30년을 그냥 허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죠.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거든요”
조한신 대표는 새로 걸음마를 시작하는 학생농부가 되어 배움에 목말랐던 예전처럼 블루베리 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찾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배움의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엮어가는 즐거움도 배움 못지않게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농장이 길거리에 있지만 농장 문은 잠그지 않아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블루베리를 따 먹거나 참새나 두더지가 먹어치우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따먹으면 얼마나 먹고 참새나 두더지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그냥 더불어 살아가는 게 좋은 거죠”
40여년 교육자에서 이젠 또 다시 공부하는 농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조한신 대표, 퇴직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동의 양을 조절할지라도 놀지 말고 일하면서 건강을 지키라는 말을 들려주는 조한신 대표는 아직도 배우는 일이 가장 즐겁다며 활짝 웃는다. (평택시 신평로 182번지 /www.한신블루베리.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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