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인성 가르치는 한국 대표 무예”

3대 잇는 태권도, 외국인 가르쳐 위상 높여
고교 졸업 후 아버지 이어 태권도 한길 고집

 
예의를 숭상하던 우리민족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 태권도는 기술에 앞서 인성을 가르치는 무예다. 태권도 5대 정신에 예의·염치·극기·인내·백절불굴百折不屈이 담겨있는 것만 봐도 인성을 중요시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팔순 현역 태권도 관장인 ‘아버지’
“아버지가 올해 여든이신데 아직도 K-55 오산에어베이스 미 공군부대 안에서 매일 주한외국인들에게 직접 태권도를 가르치세요. TV에도 여러 번 나왔고 AFKN에 ‘그랜드 마스터 문’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덕분에 저는 영어가 익숙한 환경에서 6살 때부터 태권도를 했어요. 지금은 아버지와 저, 제 두 아들도 태권도를 가르치니까 벌써 61년, 3대째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셈이네요”
지장로 27번길 금호아파트 앞에서 ‘송탄 문~스 태권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문희성(46) 관장은 마치 구령을 듣는 것 같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자신이 가야 할 길이 태권도라 생각하고 직접 사범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문희성 관장은 스무 살에 이미 아버지를 대신해 부대 밖에 있는 태권도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아버지의 믿음이 있었다.
“제 눈에 비친 아버지는 힘도 세고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는, 한마디로 영웅이었죠.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제겐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외국인 앞에서도 늘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5교시가 끝나면 부대로 들어가 아버지와 함께 태권도 강습법을 배우곤 했죠”
아버지는 가르치거나 잔소리를 하기보다 당신이 직접 행동하면서 보여주는 것으로 교육을 하는 분이셨다. 청소년 시절에도 친구들이 찾아와 밤새 놀고 난 뒤 엉망으로 어질러 놓고 모두 나가버리면 아버지는 한 마디도 안하시고 지저분한 곳을 말끔히 치워놓으며 아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주곤 하셨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태권도인’
“현재는 제 쌍둥이 아들이 태권도 체육관을 돕고 있어요. 아이들도 현재 4단이라서 부대 안에서 저를 도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지금 와서 생각하니 제 아이들에게도 어느 틈엔가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더라구요”
평소 ‘떳떳하게 살자’라는 소신을 강조하며 살아왔던 그에게는 얼마 전 친한 선배의 죽음을 목격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자’는 소신 하나가 덧붙여졌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히 다가온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태권도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잠시 정치 쪽에도 적을 두고 생활해 봤고 시의원에도 뜻을 뒀었지만 이제 가장 큰 소원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싶은 것이라고.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전에 시의원을 하려했을 때도 교육과 관련해 학교에서 다양한 클럽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공약들을 내세우기도 했으니까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도 악기 다루기·3인의 추천서·클럽활동 증명서일 만큼 클럽활동은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공부보다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문희성 관장은 자신의 교육철학을 아이들의 태권도 교육에 접목해 가르치고 있다. 영어 태권도를 고안해낸 것 역시 점차 국제화되는 평택지역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소통만큼은 영어로 정확히 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태권도로 국제 민간교류 역할 ‘톡톡’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대 밖에서는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부대 안에 들어가서는 한국어로 태권도를 가르쳐요. 태권도 품새를 하면서 생활영어나 한국어를 가르치면 행동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지거든요.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금방 따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어요”
미군부대 내에서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문희성 관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가르칠 때는 세심하고 자상하게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의 곁에서 묵묵히 아버지를 보조하는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를 따라 사범 역할을 자청했던 예전 그의 모습을 꼭 닮았다.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경북 포항에서 열리는 ‘2014 태권도한마당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해 손날격파 시범을 해요. 40개국에서 참가하는 큰 대회인데 대리석 14장 정도는 문제없어요. 세계의 수많은 태권도인들에게 우리나라 태권도의 우수성을 맘껏 보여주고 와야죠”
평택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한미써머스쿨’에서 미국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매주 목요일에는 송신초등학교에서 많은 다문화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바쁘게 살아가는 문희성 관장, 3대에 걸쳐 61년째 운영하는 전통을 가진 태권도체육관 관장이자 충북보건과학대학에서 태권도외교학과 교수로도 활동하는 문희성 관장은 “태권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로 외교에서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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