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은 날 위한 첫 번째 여유죠”

 

30여년 봉사, 돌아보니 감동이 더 많아
느리게 살아가는 여유, 염색 통해 배워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에게 천에 물들일 색을 찾고 색을 만들고 색을 입히는 ‘느림’의 과정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참다운 수행의 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연염색, 마음 여유 찾게 해
“염색은 원하던 색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색을 찾아 나서지만 저는 그냥 그 색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염색하는 자체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빛바랜 듯한 것도 그 나름대로 천연 염색만의 매력을 갖고 있거든요”
평택시천연염색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강효경(56) 회장은 천연염색이 갖는 느림의 미학을 오래 기다린 만큼 실패했다고 생각되는 색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 동식물과 광물 등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여러 가지 재료에서 색을 얻어 사용하는 것인 만큼 알레르기가 있거나 피부가 약한 사람들의 의복으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 천연염색은 자연스러운 색감이 돋보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고 있다.
“그전에는 주부로 살면서 40대 초반에 통장 일도 보고, 8년 동안 뉴코아 매장에서 김밥장사도 하고, 적십자봉사회에 들어가 봉사도 하면서 참 바쁘게 살았어요. 그러니 자연적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어려웠죠. 그런데 우연히 접하게 된 천연염색은 내게 마음의 여유를 안겨줬어요. 지금은 천연염색 하는 시간이 제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강효경 회장은 나이가 들수록 생기게 되는 마음의 여유가 천연염색과 만나 더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스카프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입문한 강효경 회장은 어느새 5~6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됐다.

봉사하는 열정과 날 위한 선택
“한 달에 한 번씩 교육하는 천연염색은 순전히 제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이지만 이런 취미생활로 소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참 좋아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어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거든요.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은 천연염색이나 봉사나 똑같은 것 같아요. 봉사 역시 당장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니까요”
통장이 된 이후 동네 궂은일은 모두 도맡아 하면서 2002년 모범 시민으로 장관표창을 받기도 했다는 강효경 회장은 지금도 그때가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가슴 뿌듯했던 건 적십자 봉사회에서 봉사를 다녔던 기억이라고.
“충북 청원에 봉사를 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겨울이었는데 딸기를 씌운 비닐하우스가 온통 눈으로 덮여 농사를 망칠 지경이었죠. 우리 적십자 평택 한아름봉사회 회원들이 달려들어 모두 치워주고 딸기까지 사서 돌아 나오는데 옆집 할머니가 우릴 멍하니 바라보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채소 비닐하우스 눈 치우는 일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그 비닐하우스 눈도 치워드리고 채소까지 사갖고 오니까 우리가 떠날 때까지 울면서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 주셨어요. 우리가 있어 그분에게는 다시 삶의 희망이 생긴 셈이죠.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새삼 봉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강효경 회장은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봉사활동을 떠올리자 갑자기 잊고 지냈던 많은 감동들이 밀려오는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오래 전 한 보육시설에서 만난 아이 사진을 지금도 가족사진과 나란히 보관해 두었다는 말도 들려준다.

남편의 소리 없는 응원 고마워
“매주 수요일은 적십자 봉사회가 복지관에서 봉사하는 날이에요.
전 국 배식을 맡고 있죠. 젊어서부터 늘 봉사하는 일로 바쁘게 뛰어다녔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거지만 지금은 봉사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끝났지만 ‘기다림의 색’이라고 이름 붙인 천연염색 전시회 주제처럼 말예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평택시남부문예회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 평택시천연염색연구회의 여섯 번째 전시회는 오래 묵은 간장이 깊은 맛을 더하듯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염색이 실 생활 소품에 응용되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봉사는 가족들의 포용이 없으면 참 힘들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무뚝뚝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을 막지는 않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상 받은 걸 자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내심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하고 있다는 믿음도 있구요. 천연염색을 배우는 동안 남편의 급한 성격에도 여유를 갖고 대할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죠”
현재는 비전2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또 다른 봉사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강효경 회장, 현재의 모습에 가장 만족하며 산다는 강효경 회장은 세상을 돌아보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정작 내 마음 속에 참다운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도 돌아보며 살 수 있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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