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선량(選良)들은 선거 때의 초심을 잊지 말고
흐린 물을 맑게 바꾸는 선량(善良)으로 거듭 나길

정치는 인간이 출생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가 정치를 피해간다고 해서 정치가 우리를 비켜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정치 이야기를 하다보면 벌써 편이 갈라져 언쟁이 벌어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 나라는 우리 세대만 살다가 갈 나라가 아니다. 내 자식, 내 손자. 손녀들에게까지 대를 이어 살 터전이다. 바로 그런 나라이기에 총선이 끝났어도 걱정이 앞선다. 모든 여론조사와 방송출구조사, 그리고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내 과반의석인 152석을 확보하며 제1당의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민주통합당도 의석수가 늘었고 통합진보당도 교섭단체권에는 들어서지 못했지만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충청권을 대표하는 자유선진당이 충청도에서 조차 무참하게 참패를 당하는 이변을 낳았을 뿐이다. 외형상으로는 우리 국회가 선진국 국회처럼 보수-진보의 양당구도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런 변화는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런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년 간 제18대 국회의 경우 의사당에서 국사를 논하기보다는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고함을 지르고 멱살을 잡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해머로 치고, 쇠톱으로 문을 자르고, 공중부양을 하는 것도 모자라 최루탄까지 터뜨려 세계의 이목 앞에서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상당수 민생법안들이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투쟁을 하는 바람에 미결 혹은 보류된 채 심지어는 폐기될 위기에 쌓여있는 것을 보면 ‘사랑하는 국민들’을 찾던 그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그토록 장렬히 싸웠는지 대답을 듣고 싶다. 엄청난 세비만 축냈지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의원은 몇 손가락에 불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은 그런 의원에게 식상하고 제19대 총선에는 그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선거 후 많은 국민들은 제18대보다 정국이 더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또 그런 사람들이 국민의 선량으로 금배지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우리 민주주의가 이렇게 막장까지 다다랐단 말인가. 민주주의는 이미 타락해 포퓰리즘의 늪에 깊이 빠져 있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미래를 말하지도, 걱정도 하지 않는 국가가 안보위기에 처해있어도 오직 현재의 달콤함과 편리함만을 부추기고 있다.
가진 자는 더 탐욕을 부리고, 없는 자는 시기와 질투로 얽매여 있다. 자기 노력으로 잘 살려고 하기보다 남에게 의지해서 거미처럼 살려고 한다. 거기다 이 나라에서 정중함과 예의 바름은 언제부터인가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노인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저속함과 뻔뻔함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반듯한 사람은 왕따를 당하고, 삐딱하게 꼬인 인간은 인기인이 되어 박수를 받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상하게 꼬인 인간들을 감싸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보의 신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교육과 계몽을 통해 완전한 인간, 더 나은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진보의 힘은 도덕성에 있다. 그런데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논리에 빠져 부인하고 반격만 일삼고 있다. 잘못을 전혀 반성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도덕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식이하의 참담한 일은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다. 과격한 투쟁과 종북(從北)주의 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건설 등 불리한 쟁점으로 끌려가면서 전략마저 잃어버렸다. 또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FTA 반대서한을 보내놓고 뒤늦게 슬그머니 물러서는 혼선을 빚으며 수권능력을 의심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야권 후보단일화에 크게 의존해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에 여전히 우려하는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와 더불어 주한미군철수, 재벌해체,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해군기지 취소, 예비군훈련 취소 같은 급진적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인적구성으로 종북과 폭력이라는 2개의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과반수의석 확보에 실패한 야당연합은 세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한 의회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로 더 많은 것을 요구 할 것이고 과반의석을 가진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도 자유선진당과 단순한 보수연대를 뛰어넘는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독자적으로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대선 가도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연합에 대항하려면 같은 보수 정당인 자유선진당을 우군으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지만 합리적인 유권자에게는 꼼수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 선량(選良)들은 선거 때의 초심대로 흐린 물을 맑게 바꾸는 그런 선량(善良)으로 거듭 나기를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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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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