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 가서 가정은 이뤘는지
아니면 둘이 의지하고
지내는지 알 수 없지만
곧 엄마가 연락이
닿도록 노려할 테니
엄마를 잊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한 강한!
내 딸들로 살아가고 있어라
  

 

보고 싶은 내 딸아… / 김연란

사랑하는 내 딸 정금이 정화.
매일 같이 엄마 곁에서 재잘대던 사랑하는 내 두 딸.
그동안 고생했지? 너희들을 고생시켜서 미안해. 지금 엄마는 너희들이 생각지도 못한 대한민국에 와서 잘 지내고 있어. 혼자 좋은 곳에 와서 좋은 음식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밤에 몸을 누이는 이 엄마는 항상 너희들에게 죄진 마음으로 살아간다.
어느 하루도, 한 순간도 너희들을 잊은 적이 없어. 너무나 보고 싶다.
엄마에게 소원이 있다면 너희들과 함께 모여 대한민국 땅, 한 집에서 사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야. 이제 겨울이 시작돼 북한은 칼바람이 불고 또 한 번의 추운 겨울을 나겠구나. 이 곳은 북한보다 훨씬 덜 춥고 난방도 잘돼있어서 땔감을 할 수고도 필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단다. 너희들이 꼭 한번 다뤄보고 싶어 했던 컴퓨터도 너무 흔히 사용되고 있고 하루에 몇 대 구경할 수 없었던 자동차도 거리에 온통 쌩쌩 달리고 있단다.
요즘 엄마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매일 학교에 다닌단다. 학교에 가기 위해 거리를 나서 너희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가씨들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울컥하고 너무 예뻐서 말이라도 한 번 건네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의 말투를 듣고 놀랄까봐 그러지는 못하고 있단다. 이곳의 젊은 아가씨들은 빨리 시집도 가지 않고 많이 배워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을 키워가는 일에 매진한단다. 남자와 여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 받으며 남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기도 하고 집안일도 남자가 함께 도와주면서 모든 것이 여자의 몫이 아닌 여자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정말 좋은 사회란다.
이 엄마가 열심히 배우고 좋은 곳에 취직해 하루라도 빨리 너희들을 이곳에 데려오도록 목숨 다해 힘쓸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엄마에게 소원은 속히 통일이 돼 너희들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 전에 꼭 내 딸들을 자유롭게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이곳에 데려오는 거란다. 이 소원을 이룰 날이 꼭 있을 것이라고 엄마는 믿는다.
행복의 앞길에는 좋은 길만이 아닌 고난과 시련의 길이 있기 마련이니 꼭 이겨내고 밝은 앞날을 내다보면서 굳세게 살아 나가길 바란다. 지금 북한의 현실이 매일같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 붕괴되고 있는 중에 힘든 시간들을 꾹 참고 엄마와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낼 시간을 바라보며 살아가길 바란다. 시집은 가서 가정은 이뤘는지 아니면 둘이 의지하고 지내는지 알 수 없지만 곧 엄마가 연락이 닿도록 노력할 테니 엄마를 잊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한 강한! 내 딸들로 살아가고 있어라.
엄마도 매일 대한민국에 정착하기 위해 애쓰고 쉽지 만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에 너희들이 희망이고 힘의 원천이야.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온 몸이 아파오지만 그래도 웃으며 하루를 맞이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오직 너희뿐이란다. 그러니 너희들도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해.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북한 생활에서 건강이 너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계수단이란다.
당당히 주눅 들지 말고 밝고 씩씩하게 살기를 엄마는 간절히 바란다.
엄마도 너희들을 위해 열심히 살게. 지금 배우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꼭 취득해서 좋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너희들에게 자랑스럽고 당당한 엄마로 만날 수 있도록!
엄마를 믿어. 꼭 좋은 날이 있을 거야. 우리가 웃으며 얼싸안고 만나는 그날…
우리 만나는 날까지 안녕히! 건강히! 지내야해.
사랑해 예쁜 내 두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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