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죠”

 

도전 두렵지 않아, 쌈채소 재배로 정착
직접 재배한 채소로 쌈밥집 운영하고파


 
살아가는 동안 실패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실패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고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먼저 삶을 살아본 사람들은 말한다. 실패의 경험들은 때로 인생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고.

편의점에서부터 식당까지
“군대 제대 후에 LG전자에 입사해서 7년여를 다녔어요. 1990년 당시 회사에서 일본연수를 보내줬는데 그때 가본 일본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많았죠. 24시 편의점이 있었으니까요. 그때 돌아와 퇴직금으로 수원에 편의점을 차렸죠.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제가 너무 앞서갔다는 건 1년이 조금 지나 문을 닫을 때 알았어요”
진위면 하북2리에서 친환경 쌈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솔바위농원 손보달(49) 대표는 마치 무용담을 들려주듯 씩씩하게 지난 이야기를 꺼낸다. 이미 오래전 일이기도 하려니와 그 이후에도 그가 겪은 실패와 도전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었다는 건 인터뷰 도중 알게 된 사실이다.
“편의점을 접고 나서는 수원에서 중국집을 5년여 정도 했었고 평택으로 내려와 비전동 뉴코아백화점 뒤쪽에서도 중국집을 2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중국집은 배달을 해야 하는데 오토바이 사고가 많이 나서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평택동 새시장 먹자골목에서 돌박사라는 고깃집을 5년 정도 했죠. 그때 가게가 잘 돼서 전국에 체인점이 10개 정도까지 늘기도 했어요”
손보달 대표는 당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진해보고 싶어 개발붐이 일어나던 용인 동백지구에 가게를 늘려 이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도 못돼 그동안 벌었던 돈을 모두 잃어야 했다고.

실패 반복해도 다시 일어서
“그땐 참 힘들었어요. 그래도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어서 무얼 할까 생각하다 장안동에 보리밥집을 냈죠. 그때도 장사가 참 잘 됐어요. 점심때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보리밥에 쌈이 함께 있어야 해서 가게 옆 텃밭에 채소를 직접 심어 손님에게 드렸는데 손님들이 참 좋아했죠. 그런데 그때 ‘쌍용차 사태’가 터져 평택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한 거예요”
손보달 대표는 손님으로 북적거리던 가게가 한산해지자 인터넷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 귀농에 대해 알게 됐고 그때부터 2년 정도를 농촌진흥청이나 평택시농업기술센터 등에 다니며 실질적인 농사법과 홍보에 관련된 마케팅이나 블로그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으로 한 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건강과 관련해 방영됐던 자색고구마 모종을 생산해 파는 일이었어요. 충북 제천 부모님 집에서 모종을 키워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팔기 시작했죠. 그때 수익을 조금 내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하우스농사를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보리밥집을 그만두고 평택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의 소개로 포승면 희곡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3000평을 임대받아 고구마 모종을 심었죠. 그런데 인수받은 지 이틀 만에 태풍이 와서 비닐하우스가 몽땅 주저앉아 버린 거예요”
손보달 대표는 담담하게 지난 일들을 들려준다. 이후 하우스를 복구하고 새로 짓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실망은 했어도 다시 하면 되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더 컸다며 미소 짓는다.

농사보다 더 중요한건 유통
“진위면에서 올해 초부터 하우스를 다시 시작하며 쌈채소를 키웠어요. 농사를 지으면서도 꾸준히 농업대학에 다니며 공부를 했고 농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했죠. 현재는 30여 종류가 넘는 쌈 채소를 재배해요. 처음엔 인터넷 판매가 활발하지 않아 애써 생산한 것을 버리는 게 더 많았지만 지금은 물량이 부족할 정도예요”
손보달 대표는 농사를 잘 짓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유통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판로가 없으면 애써지은 농사가 모두 헛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직접 판로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블로그나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을 활용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판로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패도 많이 했고 도전도 많이 했고, 다른 사람 같으면 다시는 새로운 거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끝까지 저를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죠. 지금은 자리를 잡아 전국으로 100퍼센트 택배 출고되고, 예비 농업인들도 찾아와 배워가곤 해요. 지인들도 자주 찾아와 농장에서 채소를 따서 바로 고기도 구워먹고, 이게 사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쌈밥집 할 때 텃밭에 채소를 키우면서부터 농업에 대한 생각이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손보달 대표, 예전 실패한 쌈밥집 경험과 현재의 쌈 채소 농사경험을 살려 향후에는 쌈 채소 수확체험을 겸한 쌈밥집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는 임대가 아닌 내 농장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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