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중국어·한국어·영어까지 무려 4개 국어 능통
태어날 아이 가르치려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

 
“한국을 좋아하게 된 건 한국영화와 TV드라마를 보면서부터였죠. 내용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배우들이 너무 잘생겼더라고요. 특히 장동건씨를 매우 좋아했죠. 그리고 한국 여배우들은 같은 여자지만 질투가날 정도로 정말 예뻐 보였어요”
매스컴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된 팜 티꾸엔(31). 일찍부터 코리안 드림을 꿈꿔온 그녀가 뜻을 이뤄 한국에 온 것은 2년전. 결혼을 통해 꿈을 이룬 팜 티꾸엔 씨는 팽성읍 남산리에서 그녀가 보기엔 장동건 만큼이나 잘생긴 남편과 함께 신접살림을 차렸다.

언어능력 탁월, 4개 국어 구사
그녀의 고향인 하이퐁은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북부에 자리 잡은 중소도시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범대학 초등교육 과정을 졸업했으나 교사로 진출하는 대신 중국계 회사에 취직했다. 중국인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익히며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 생활을 하던 그녀는 입사 7년이 지난 어느 날 친구로부터 인생의 반려자가 될 사람을 소개받는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녀는 망설임 없이 2010년 1월 꿈에도 그리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저보다 2년 먼저 한국으로 시집간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를 통해 제 신랑을 만났죠. 그 친구도 가까운 안성에 살고 있어서 가끔 만나는데 그 역시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죠” 팜과 친구는 누가 더 행복하게 사는지 알콩달콩 경쟁을 하며 신혼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다고.
“신랑이 너무 잘 해줘요. 시어머님도 너무 좋은 분이시죠. 그 뿐 아니라 친인척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 뿐이어서 낫선 곳이지만 금방 정이 들었죠”
그녀의 남편은 과일 장사를 한다. 그러나 장사가 어렵거나 비수기가 되어도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억척스레 일하는 부지런한 성격으로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가장이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그녀 역시 한국에 처음 와서부터 새색시라고 마냥 얌전히 안방만 지키고 있지는 않았다.
“세탁공장에 다니기 시작했죠. 처음 한 달은 피곤했지만 숙달된 후에는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다녔어요” 그녀에게 회사는 단순히 돈만 버는 곳이 아닌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학교였다. 고국에서 중국계 회사에 다니며 중국말을 배웠듯이 한국에서도 한국인 동료들과 매일 함께 지내면서 한국말도 배우고 짭잘한 수입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일거양득인 셈. 어린 시절부터 언어분야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던 그녀는 이로써 모국어인 베트남어를 비롯해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까지 무려 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었다. 욕심 많은 그녀는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요즘은 평택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며 한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임신 3개월째예요. 너무 기뻐요. 건강한 아기를 낳아야 하기 때문에 무척 조심하면서 태교음악을 듣는 등 출산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잘 가르쳐야죠. 한국말뿐 아니라 베트남어로 가르칠 거예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팜은 곧 태어날 아기의 언어교육을 위해서라도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녀에겐 마음 속 깊이 담고 있는 꿈이 있다. 거창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그렇지만 어쩌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꿈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욕심 하나는 여느 부모 못지않아 뱃속에 있는 아기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아기를 잘 낳아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요. 또 효자나 효녀가 되었으면 해요. 돈도 잘 벌어서 적금을 넣어 대학에도 보내야죠. 그리고 또…” 끝을 모르는 바람들이 수다스럽지 않은 것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그녀의 맑은 미소 때문이다.
호사다마랄까. 그녀에게도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87살로 고령인 시어머니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것. 정신은 맑지만 기력이 떨어진 것 같아 노심초사다. 그럴 땐 고국에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 생각을 하며 두 분 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하곤 한다.

아기 낳고 고국방문 해봤으면
언제나 긍적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어서일까? 그녀가 느낀 한국은 온통 분홍빛이다. 특히 그녀의 고향인 베트남 북부지방도 4계절이 있어 겨울에도 야간 추위를 느낄 정도고 가끔 드물게 눈도 오지만 4계절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볼 수 있는 한국은 그녀에겐 낙원과 다름없다. “한국은 인심이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서 철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베트남에선 볼 수 없는 것이죠. 한 여름에도 베트남보다 덥지 않아서 너무 살기 좋아요”
“교육제도, 보육제도는 물론 의료보험도 잘돼 있고 몸이 아파도 병원이 가까워 좋다”는 그녀는 “의사선생님이 환자에게 친절하게 관심을 가져줘서 좋아요. 베트남은 응급조치가 잘 안되는데 한국은 119에 전화하면 5분 만에 오기 때문에 정말 좋습니다”라며 그녀가 한국에 와서 그 동안 자신이 접해본 공공시설이나 사회제도에 대해 “좋아요”라는 수식어를 반복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에 여념이 없다.
팜이 한국을 여전히 꿈의 나라로 여기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느끼고 겪으며 알아온 한국의 겉모습이 아닌, 15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높이에 꼭 맞는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남편의 마음 때문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결혼 한 후 지난 2년 동안 아직 고향에 가보지 못했어요. 아이를 낳으면 함께 꼭 한 번 가고 싶어요” 작은 바람 하나를 품고 살며 미소를 짓는 팜의 행복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문화가족이란?
우리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외국인거주자 및 그들의 자녀들을 비차별적으로 부르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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