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화가 발전하려면
삼고초려 했던 유비의 심정으로
사람을 구해야 한다.
평택시와 시의회의 갈등,
지역사회 안의 내적갈등 때문에
평택시 문화발전의 백년대계가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에 전문학예사를 배치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그것은 문화나 예술과 같은 업무가 전문성과 연속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택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학예사가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학예사란 무엇인가’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학예사는 ‘학예연구사’의 줄임말로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사립박물관·대학박물관·시청이나 도청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특수연구직을 말한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학예사는 장·단기적 문화정책 수립, 문화 학술관련 예산확보·문화관련 사업의 실행지원 등 지역의 문화관련 행정에 관한 전반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다. 그래서 학예사를 선발할 때는 역사학이나 고고학·민속학·미술사 등 관련분야를 전공해야 하고, 해당분야의 일정한 경력을 중시하며, 석·박사 학위 이상의 자격을 요구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나 박물관·미술관 등에 근무하는 학예사·큐레이터 등 학예직 종사자는 전국적으로 약 1만 8000여 명쯤이라고 한다. 인접한 천안시·안성시·안양시에도 시청에 학예사를 배치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게 평가된 수원시에는 시청학예사 1명에 비정규직 학예사 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산하 박물관에도 십여 명의 학예사들이 조사·연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 시선을 평택시로 돌려보자. 2020년 인구 80만을 내다보는 평택시에는 현재까지 전문학예사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박물관이나 규격에 맞는 미술관도 없다보니 박물관학예사나 큐레이터도 없다. 그러다보니 문화정책 수립은 해당 부서의 공무원이 담당하였고 오랫동안 학예사 고유 업무의 많은 부분을 기능직 공무원이 담당하기까지 하였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지역문화 발전에 큰 장애가 되었고 지역사회와 학술문화단체에서는 시청 학예사 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지역문화인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졌던지 올 초 평택시가 전문학예사 배치를 결정하였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청에 요청하여 선발시험까지 치렀다고 한다. 이제 평택시에도 전문학예사가 배치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던 차에 며칠 전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가 평택시에서 올린 ‘학예사 배치 건’을 부결시켰다는 소식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장과 의원들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였다. 필자와 통화를 한 모 의원은 ‘조례가 제정되기 전에 올린 안건’이라는 절차상의 문제와 ‘평택문화원에 학예사가 3명이나 배치되었는데 자꾸 사람만 뽑아서야 되겠느냐’는 이유를 내세웠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수백 건의 안건을 상정했을 평택시가 절차상의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도 납득되지 않았지만, 특수목적법인으로 예산의 상당부분을 평택시의 지원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평택시 행정조직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평택문화원의 학예사 숫자를 빌미로 중차대한 학예사 배치 건을 부결시켰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일은 사람이 한다. 그렇기에 사업을 구상하기 전에 우선 좋은 사람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평택시가 문화발전을 하려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했던 유비의 심정으로 사람을 구해야 한다. 평택시와 평택시의회의 갈등, 평택지역사회 안의 내적갈등 때문에 평택시 문화발전의 백년대계가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평택시의회의 재심을 촉구한다. 또한 평택시와 지역사회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된 평택시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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