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감염예방 수칙을 가르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각자 알아서
살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던가.
교사인 나조차도 아이들에게
‘각자도생各自圖生’ 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 심은보 교사
죽백초등학교
올해도 온 나라 곳곳이 ‘각자도생各自圖生’ 하느라 난리다. 지난 해 4월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무력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6월 대한민국은 우리를 자꾸만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나라를 움직이는 분들은 ‘불안감이 지나치다’는 ‘지나친 말씀’들만 연일 쏟아내고 계신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국가 대 개조를 하겠노라고 눈물 흘리며 약속하셨던 것이 한 해 밖에 안 되었는데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지난 달 이야기다. “메르스가 나타났어요”라고 평택에 사는 나를 걱정한 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다급한 알림들을 보내왔다. 평택성모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는데 치사율이 40%라는 둥, 모 버스기사 한 분이 메르스에 걸렸다는 둥,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떠도는 이야기를 유언비어라고 했다.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는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뭐하나 또렷하게 밝혀주는 것이 없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책임져주지 않는 속에서 불안감은 늘어갔고 이에 학교는 휴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 떠나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온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우울한 교정 곳곳에 활기찬 기운을 다시 뿌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엔 전에 없던 마스크가 있었다. 교실 수업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해야 했고 마스크를 한 서로의 얼굴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스며있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할지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메르스를 놓고 허둥대며 자꾸만 말 바꾸던 당국의 모습을 아이들도 똑똑히 보고 있을 텐데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손 잘 씻고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면 괜찮다대. 사람 많은 곳 다니지 말고 알아서 조심하자”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인가.

물론 현재 상황에서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을 다잡아 주는 일일 것이다. 또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감염예방 수칙을 삶 속에서 가르치는 것이 그 다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하는 ‘각자도생’이 아니던가. 교사인 나조차도 아이들에게 ‘각자도생’ 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신뢰는 또 어떻게 할까? 사회가 나의 안전을 적어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꿈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행복이라는 것을 그려볼 수 있을 텐데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자꾸만 그와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메르스 사태는 곧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그랬던 것처럼 그냥 덮으며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느니, 사회불안을 조장하느니’하며 ‘불안해요’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잡으려들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또 우리 지역 평택이 최소한 나의 안전과 건강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좀 더 또렷하게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국민을 귀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이요, 시민을 귀하게 여기는 평택시라면 말이다.

아울러, 우리 안에 공생과 상생을 위한 소통과 공유의 문화들이 일상이 되면 참 좋겠다.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한 세상이 아니라 함께 잘 살기 위한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과도 교실에서 현실 눈치 보지 않고 공생과 상생을, 그리고 소통과 공유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처음부터 정확한 정보들이 공유될 수 있다면 해결책은 얼마든지 찾아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서부터 지혜를 모으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했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버린 일들인지라 아쉬움이 참으로 크다. 이제부터라도 아쉬움 남기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이 안타깝고 어지러운 이야기들이 역사 안에 고스란히 묻히지 않고 미래를 위하여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성찰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부디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나의 이 간절한 바람을 온 우주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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