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스 지음/영림카디널

 

▲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김혜진 사서
마음이 지치는 날에는 왠지 모르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그립게 느껴진다. 다큐멘터리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에서 그리고 있는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라든가 추석을 앞두고 이웃과 행복한 명절을 나누고 싶다는 익명 기부자들의 미담을 보고나면 그때서야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아~ 그래도 다들 이렇게 따뜻하게 살아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힘이 난다고나 할까. 소설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리운 그런 날,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영국 왕실의 스코틀랜드 영지인 발모랄에서 살고 있는 프레이저와 빌리 가족이다.
저자인 ‘루이스 부스’는 프레이저의 엄마로 고양이 ‘빌리’를 데려오면서 변화된 가족의 생활과 프레이저의 성장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프레이저는 선천적으로 자폐증을 안고 태어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없었고 아주 사소한 일로도 자극을 받아 감정을 폭발시키는 날이 많았다.
또 양팔과 다리 관절이 힘없이 축 늘어지는 희귀병인 근긴장 저하증 때문에 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혼자 일어나 걷는 일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의료진으로부터 절대로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을 것이라는 확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작은 고양이 빌리의 특별함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으며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프레이저에겐 기적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빌리는 주인이 야반도주를 하면서 빈 집에 버리고 간 새끼 고양이였다. 캣츠 프로텍션이라는 구호단체에 구조됐다가 자신의 ‘특별한’ 아들을 위해 ‘특별한 친구’를 찾아달라는 루이스의 요청에 프레이저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영리한 빌리는 프레이저와 처음 만나던 날부터 조용히 서로 껴안으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프레이저가 감정적으로 무너져 폭발하는 순간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받아들이고 꼬리로 쓰다듬으며 달래기까지 한다. 또 근력이 약한 프레이저가 혼자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위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기 하고 프레이저가 ‘나의 고양이 빌리’ 이야기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이정도면 ‘프레이저의 삶을 구해준 것은 빌리’라는 루이스의 고백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서클 타임에 아이들은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빙 둘러 앉았다. 엄마가 왜 그렇게 특별한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껴안아 주는 것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엄마가 요리를 해줘서 얼마나 좋은지, 밤에 어떻게 재워줘서 좋았는지, 아니면 아팠을 때 어떻게 돌봐줘서 좋았는지 이야기를 귀엽게 쏟아내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그러나 프레이저의 차례가 되자 아이의 메시지는 늘 그랬듯 짧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빌리를 데려다 줬어요” - 본문 중 -
 
책에서 받은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루이스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FraserandBilly)에서 프레이저와 빌리의 최근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속 프레이저와 빌리는 여전히 애틋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가장 최근 게시물에서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즐거운 방학을 무색케 하는 날씨 속에서도 프레이저와 빌리는 행복하다고 하니 이번 가을에는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둘의 우정만큼이나 따스한 계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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