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국여행은
비장애인과 소통하며
동행할 수 있는 해외여행이었고
여행기간 내내 장애인이
스스로 생각해 선택하고
체험하고 결정하는 것에 대해
배려와 이해가 있는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 오성환 팀장/고앤두 일누리보호작업장
누군가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스스럼없이 부족함과 시행착오를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인들이 제한적인 면을 극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과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시행착오를 통해 이해하는 속도와 분량이 조금 다를 뿐이다.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고앤두 일누리보호작업장은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직업인으로 생활하도록 하기 위해 일상생활훈련·작업태도·기술훈련·건강증진교육·사회적응훈련·직업평가 재활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매일·매주·매월 반복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작업능력을 조금씩 향상시키고 있으며 평가를 해 검증받기도 한다. 작업능률과 태도가 향상되면 급여를 인상해주는 보상을 받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성취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취업욕구가 높고, 작업태도와 능력이 좋은 장애인들은 장애인 우선고용 업체에 취업을 하기도 한다.

일누리의 이용자들은 작업을 마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퇴근을 하며 주말에는 이용자들끼리 모여 평택역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문화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취미활동을 한다. 또한 이용자들에게 제공된 피복상품권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구입해 자기관리를 한다.

이처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욕구와 의사표현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습득한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느리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모든 것을 스스로 성취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9%가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반면 장애인들은 그 비율이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해외여행 욕구는 88.7%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애인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 수치는 그나마 의사표현이 가능한 지체, 언어·청각, 시각장애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표현과 선택·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은 이러한 표현 내지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를 토로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이 사회적 약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여겨진다. 그나마 해외여행에 대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할지라도 신체·정신적 제약과 제한, 국내여행 조차도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적응의 현실로 인해 비장애인들이 통상 그려보는 해외여행에 대한 스케치는 꿈도 꿔 볼 수 없는 이상으로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평택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청소년과 발달장애인의 중국문화체험 여행은 그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만의 여행은 반드시 보호자가 동반되어 장애인들의 선택과 결정이 묵인된 채 안전을 목적으로 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의 중국문화체험은 비장애인과 소통하며 동행할 수 있었던 해외여행이었다는 점, 비장애인에 비해 여러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하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기간 내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체험하고 결정하는 것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어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여행기간 중에는 호텔에 투숙하는 동안 일정 속에서 진행되고 참여했던 시간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항상 들어왔던 “옷 갈아입자, 씻자, 누워 자자” 하는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는 일, 현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역스러운 입맛을 위해 집에서 싸온 컵라면과 고추참치 통조림을 누구의 허락이나 요청 없이 개인적 욕구에 의해 먹었던 점들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 되었고 그 덕분에 장애인들은 사회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몇 걸음이나 앞서 걸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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