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제도는
중학교 진학처럼 일률적으로
강제 배정하는 게 아니라 개인 선택권을
최대로 보장하는 방식이기에
다수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도입한다면 평택은 권역을
셋으로 나눠 두 단계로 배정하는
방식을 구상중이다

 

 

▲ 심우근 교사/비전고등학교
평택지역 여러 단체들이 지난해 7월 ‘평택 고교평준화 추진 모임’을 이어온 끝에 지난 4월 9일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를 출범했다. 이웃한 용인시는 올해 처음 시행하고 있고 천안시도 내년부터 하기로 돼 있다. 경기도 내에서는 김포, 오산·화성, 구리·남양주 등이 추진 중이다.
고교입시평준화라 하면 흔히 ‘성적하향평준화’, ‘학교선택권 박탈’, ‘대학입시 불리’ 등 논쟁이 따라온다. 머리 아픈 논쟁은 뒤로하고 단도직입으로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제도가 과연 내 아이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만인에게 유익한 제도라면 소수의 사람에게 설령 불편·불리하더라도 도입해 실시함이 타당하리라. 그러나 위의 논쟁을 떠올려 하나하나 따져보면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오히려 반대다. 
첫째, 고교 평준화하니 성적이 더 떨어졌다? 여러 교육관련 단체나 기관의 교육통계를 보면 오히려 상향평준화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하는 생각에 잘하는 아이들끼리 경쟁하면서 뜨거운 공부열기 속에서 공부하면 성적이 향상하리라 여긴다. 그러나 사람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잘난 아이들 틈에 끼어 주눅 들고 열등감도 커져서 스스로 무너지기 일쑤다. 반면에 성적이 높거나 낮은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가르쳐주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성적이 일취월장하는 사례를 학교에서는 흔히 본다. 확실한 배움은 남 가르치다 깨닫는 거다.
둘째, 학교선택권 박탈 문제를 따져보자. 경쟁 입시는 상위권 아이들에게 무한 선택권이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이다. 현행 대학입시가 수시중심이기에 상위권 고교보다 중위권 학교로 가서 성적 최상위를 차지하고 싶지만 지역사회에서 보는 눈초리(고교 서열)가 있기에 어쩔 수없이, 또는 학교 이름과 교복 때문에 상위권 학교로 가는 학생들도 많다. 그렇다면 눈 돌려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자. 단지 그들이 학교공부를 좀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학교 선택권을 극도로 제한해야만 하는가? 학교 교과 성적으로 구분하는 신판 신분제도가 현대 민주사회에서 이처럼 통용돼도 좋은 것인가? 상위권 학생에게도 중하위권 학생에게도 골고루 학교 선택권을 줄 수는 없을까?
이게 바로 고교평준화제도이다. 이 제도는 중학교 진학처럼 일률적으로 강제 배정하는 게 아니라 개인 선택권을 최대로 보장하는 방식이기에 다수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도입한다면 평택은 권역을 셋으로 나눠 두 단계로 배정하는 방식을 구상중이다.
1단계는 전 지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희망학교 5개 정도를 순위별로 지원한 뒤 추첨해 정원의 50%를 배정하고, 2단계로 평택·안중·송탄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누고 해당지역 학교를 역시 3~5개 지원하고 추첨해 나머지 인원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선택권 둘 다를 폭 넓게 보장하는 서로서로 좋은 제도가 아닌가.
셋째로 고교평준화가 대학입시에서 유리할까? 그렇다. 현행 대입제도가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수능시험 성적 중심인 2016학도 정시모집 비율은 32.5%로 해마다 감소추세)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학교 교과 성적등급과 교내활동이 중요해졌다. 상위권 동질 학생들끼리 경쟁은 이에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1, 2등급을 서로 나눠 갖기 때문이다. 비교과 영역의 다양한 활동 또한 중요한 부문이다. 새벽에 등교해 밤 10시 하교하는 형태의 자습과 방과후 수업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이제까지의 학교운영 방식은 낡았다. 학교가 주도하는 다양한 교내 활동·개인 독서·탐구·자율 동아리활동 등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학생 개인의 관점이나 지역 전체로 볼 때도 지역 학교들이 입학성적 수준과 무관하게 수평 경쟁해 학교특성을 살려 다양한 활동 기회를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대세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불리할 게 없다.
교육환경과 교육문제가 지역분위기나 발전을 좌우한다. 유치원 이전부터 아이를 닦달해 불안과 불행으로 내모는 병든 고교입시제도로부터 평택의 아이들을 건져내야 한다. 내가 두 손 두 발로 뛰어들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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