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스피스는 2016년도에
‘웰다잉 연구소’를 개설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암 환자와 가족,
평택시민을 위해 더욱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완화의료 사역 제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5년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우리 평택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일이 ‘중동 호흡기 증후군’, 이른바 MERS 메르스 사태일 것이다. 메르스로 인해 평택은 물론 전국이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이에 대한 기존의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대응이 미흡해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온 시민이 일치단결하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잘 극복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평택시는 고덕 삼성전자단지 유치, 미군기지 이전, KTX 평택지제역사 건립 등 3대 경제적 호재를 잘 추진해 왔다. 이제 우리 평택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도 더 활기차게 도약하는 경제적 발전의 기회를 얻은 신성장 도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도시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그만큼 사회적 불안과 위험요소 또한 증대한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지금 한국사회는 저 출산과 함께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빈곤과 웰다잉의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니까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오래는 사는데 그 삶의 질이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다.

노인 빈곤율은 OECD국가 중 2위로 50%에 육박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꽤 오래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노인 자살률은 압도적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호스피스사역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세계 각국은 웰다잉을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도화해 시행하고 있고, 세계 70개국에서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날’ 행사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암환자의 41.9%, 102만 9000명이 완화의료를 이용하고 있고 영국은 1967년부터 NHS(National Health System)에서 말기암 환자와 말기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임종의료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의 경우도 전체 암환자의 20%가 완화의료를 이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암 사망자 70%가 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호스피스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2013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28%인 7만 5000여명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그중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률은 12.7%에 불과하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완화의료 전문병상은 880개에 불과하며 이는 필요병상 2500개의 35%에 불과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가 차원 제도화는 시급하고도 당면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웰다잉 법인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지난 1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연명의료 중단에 국민의 80%, 호스피스에 95.5% 찬성이란 결과가 서울대 교수 윤영호 박사팀의 조사에 의해 나타났음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001년 평택호스피스선교회를 설립하고 대표로서 지난 15년간 호스피스사역에 몸담아왔다. “호스피스는 생명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이 일에 헌신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보람과 기쁨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평택호스피스선교회는 주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사진을 구성하고 지역교회와 성도들의 도움,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로 인해 말기 암 환우들을 돌보는 일을 감당해왔다. 평택 굿모닝병원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며 가정방문사역, 말기암 환우와 가족 초청 1일 여행, 1박 2일 힐링캠프, 호스피스 음악회 등 다양한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호스피스(Hospice)란 말은 라틴어 Hospes(손님)에서 유래한 말로 중세기의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하룻밤 쉬어가던 휴식처란 의미다. 오늘날에 와서 호스피스 사역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를 말한다. 말기환자가 여생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신체적·정서적·영적으로 돕고 고통과 슬픔을 경감시키기 위한 총체적 돌봄을 의미한다. 호스피스 사역은 무엇보다도 말기환자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늙고 병들면 가장 슬픈 것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사회적 고통이다. 말기환자에게는 자식도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 외롭고 속상하고 고통스러운 말기환자와 임종환자에게 죽음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임을 인식시키고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평택호스피스는 2016년도에 ‘웰다잉연구소’를 개설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암 환자와 가족, 그리고 평택시민을 위해 더욱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완화의료 사역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우울함을 감소시키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며 가족의 소중함과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마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시민 여러분의 삶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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