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에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문구가 있다.
노력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단어라
많은 해고자들이 이 약속이 확실하게
지켜질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 권지영 대표/심리치유센터 와락

지난 해 12월 30일 쌍용자동차 회사와 공장안 노동조합, 그리고 해고자들이 속해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대표가 모여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관련 합의안을 발표했다. 지난 7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 평택지역의 굵직한 현안으로 자리 잡고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자문제가 마침내 어떤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많은 언론에서 보도됐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보도내용들이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든 쌍용차해고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해 이제 숨 가빴던 레이스가 펼쳐졌던 운동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긴장이 잔뜩 들어갔던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되진 않았다.

쌍용자동차 노·노·사의 합의안은 해고자들의 전원 일괄복직이 아닌 순차적 복직을 합의했고 그나마도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제 회사와 노동조합과 쌍용차지부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보고 앉아 해고자들이 공장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 방안을 찾고 복직의 틈을 열었다는 의미는 분명하게 있다. 합의안에 따라 1차적으로 복직하는 해고노동자들은 모두 12명이다. 복직을 희망하는 전체 해고자는 179명입니다. 해고자 모두가 이번 합의안을 기쁘게 받아들이기에는 그 결과가 초라하다.

복직을 희망하는 해고자 중 어느 한 사람도 절박하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고 이후의 삶을 겪으며 우리는 누구보다 해고의 공포를 잘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한번 정규직 울타리에서 밀려나면 두 번 다시 그 울타리로 들어갈 수 없음을, 그리고 그 울타리 밖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에 겨운지 역시 비싼 비용을 치루며 배웠다.

해고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다시 그 공장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해고자들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점점 그런 일자리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그 일자리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170일이 넘도록 철탑에서 겨울을 이겨냈고, 100일이 넘게 굴뚝에서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41일 동안 다시 또 45일 동안 잇몸이 약해져 이가 흔들리는 고통을 겪으면서, 엉덩이 살이 없어 자리에 앉지도 못하면서 단식을 이어갔다. 이 모든 것은 해고자인 우리와 우리 이웃 청년들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었다.

몇몇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 그것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기도 하지만 ‘세상살이가 힘드니 너희도 힘들게 살아봐라’는 논리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점점 더 힘들어질 삶의 무게에 저항하거나 바꾸려하지 말고 그냥 당하고 밟히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에 꿋꿋하게 지나온 7년이었다.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제대로 회사와 복직에 관해 이야기 해보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이렇게나마 물꼬가 트이고 극소수이지만 다시 작업복을 입게 될 해고자 동료들이 생기는 것은 다행이다.

합의서 내용에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문구가 있다. 노력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단어라 많은 해고자들이 이 약속이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문제는 오랜 시간 우리 지역사회의 묵은 숙제와 같은 것이었다. 평택의 많은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쌍용차 문제해결을 자신들의 공약이나 의견으로 제시해왔던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지금껏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지역사회안의 갈등과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셨을 <평택시사신문> 구독자들께 염치없지만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

쌍용차 노·노·사 합의로 봄비에 녹아 없어지는 잔설처럼 해고자 문제가 지금 당장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합의를 통해 복귀를 희망하는 마지막 단 한명의 해고자를 포함해 모든 해고자가 2017년 상반기내에 저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 약속이 번복되지 않고 지켜지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노력’을 하다가 안 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그 ‘노력’이 성과를 내어 웃고 우는 사람들로 나뉘지 않도록, 그 나중은 모두 웃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회사를 꼼꼼하고 성실하게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와락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된 희망기금은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상당수의 미복귀자와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돌아가신 28분의 유가족들의 의료비와 학자금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복직자가 많았더라면 남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텐데 그러질 못하게 되어 이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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