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고 죽는 것,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노후는 그냥 오지 않는다.
노인사고思考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맹광주 이사/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세상에 어버이 없는 자식은 없다. 아무리 찬바람 몰아치는 세상이라 해도 우리를 있게 해준 부모와의 연을 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결국 우리도 모두 부보가 된다. 그러면서 늙은이가 된다. 늙은이가 되고나니 왜 이리 어려움이 많은지, 그 첫째가 가난이다. 장수시대 노인들은 가난해서 힘이 든다. 이것저것 할 일도 많고 살아갈 날도 길어졌는데 가난은 매우 큰 고통이다.

가난은 젊어서도 늙어서도 똑같이 힘이 든다. 그러나 젊어서의 가난은 긴 인생여정에 좋은 경험도 되고 회복의 기회도 있는 고통이지만 늙어서의 가난은 회복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힘들게 된다. 열심히 살아왔고 흥청망청하지도 않았던 젊은 날이었지만 지금 노인들은 가난하다. 자녀들을 키우고 교육시키고 삶의 보금자리 집하나 마련하느라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늙은이가 되는 순간 이렇게 어려울 줄, 아니 이럴 줄 몰랐다.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자식들이 자기들 살아가기가 바빠 이렇게 늙어가는 부모들을 돌보지 않을 줄 몰랐다.

나이 들어 이렇게 돈이 많이 필요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독립이 이렇게 늦어질 줄도 몰랐고 집도 있고 자식들도 있으니 어떻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노년의 가난은 너무 힘든 빈고貧苦가 됐다. 빈고는 요즘 늙은이들이 겪는 첫 번째 고통이다.

두 번째는 고독고孤獨苦다. 고독, 외로움, 혼자라는 것은 참 견디기 힘든 현실이다. 점점 늙은이들은 외로워서 힘들다. 몸도 마음도 약해져 가는데 함께 할 사람이 점점 없어져가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주위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학교 선후배들과 가진 즐거운 추억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동료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은퇴하고 난 지금 그 친구들은 너무 멀어졌다. 직장 동료들은 서로 만나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되어 간다. 매일 만나야 할 사람, 매일 가야할 곳이 없고 찾아올 사람이 없어져 간다. 몸도 마음도 점점 약해져 가는데 술 한 잔 기울이며 힘든 세상 속에서 넋두리 할 친구들이 없어진다. 긴 세월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두려워진다.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들을 가졌어야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진 것이 아닌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고독, 외로움, 혼자라는 것은 현실이다.

세 번째로 행복을 위해 무엇인가 일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심심해서 힘들다. 오라는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하루는 너무 길고 노년은 너무 길어서 힘들다. 그래서 무위고無爲苦라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의 살아갈 고민이 시작된다. 세상은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힘겨워하고 알아서 살아가라고, 아니 살아보라고 한다. 수십 년 쌓아온 경력과 경험들이 아까워지는 순간들이다. 쌓아온 인맥과 다양한 일의 네트워크를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많건 적건, 직업이건 자원봉사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행복을 위해 일이 필요한데 말이다.

네 번째, 노인들은 아파서 힘들다. 그래서 네 번째 고통은 병고病苦다. 몸이 점점 약해져간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두렵다.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병원으로 장례식장으로 옮겨간다.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자살을 선택했다는 노인들 소식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젊은 날에 건강을 조금 더 챙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병원비라도 많이 준비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프지만 말아달라고 빌어보는 수밖에 없다.

‘구구팔팔이삼사’,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고 죽는 것,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노후는 그냥 오지 않는다. 노인사고思考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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