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할 수 있어 행복하죠”

 

일할 수 있는 소박한 일상 가장 행복
회계과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에 감사해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100세를 넘기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은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 자신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택시청 본관 3층은 내 일터
“공무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해요. 그러려면 집에서 5시 30분경에 나와야 하는데 그때부터 청소를 시작하면 오후 2시가 넘어야 일이 끝나죠. 본관 3층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내 일인데 요즘은 공무원분들 덕분에 제 일이 많이 편해졌어요”
평택시청 본관 3층을 담당하고 있는 청소미화원 이동옥(62) 씨는 특별히 3층에 있는 회계과 직원들에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평택시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부서에서 쓰레기통을 새로 바꾸고 자체적으로 분리수거를 시작했는데 ‘설마 잘 될까’ 반신반의 했던 우려가 요즘은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비우다보면 이것저것 뒤섞여 있어서 우리가 일일이 손으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공무원들이 알아서 분리수거를 해주거든요. 공재광 시장님의 뜻에 따라 모든 공무원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동옥 씨는 한동안 공무원들 칭찬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권위의식이 많았던 예전 공무원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하는 그녀는 먼저 인사를 건네고, 청소하는 분들을 배려해주고, 따뜻한 음료수도 건네는 평택시 공무원들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고.

내성적이던 파출소장의 아내
“십여 년 전까지 직장생활은 전혀 안하고 집에서 살림만 했어요. 남편이 경찰공무원이었고 아이가 넷이었거든요. 남편이 파출소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평택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이던 둘째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부터 집안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죠. 그전까지는 그래도 작은 만두가게를 했었는데 사고 이후부터는 가게도 넘기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어요”
이동옥 씨는 딸의 이야기를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신체의 반쪽이 마비돼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딸은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가슴에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었고 더 어린 자식들도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더 이상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한다.
“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병원에서 청소도 하고, 백화점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처음엔 내성적이라 남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웠는데 그것도 하다 보니 차츰 익숙해지더라구요. 큰 딸은 제가 사회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남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엄마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대요. 그런데 제가 식당에도 나가고 청소까지 하는 걸 보고는 정말 놀랐다고, 자기도 엄마처럼 열심히 살 거라고 하더군요”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눠 본 이동옥 씨의 성격은 다분히 내성적이다. 그런 그녀가 사회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당당히 일하게 되기까지 자신과의 싸움이 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동옥 씨는 비록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백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일할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해
“남편이 경상도 남자여서 그런지 성격이 무뚝뚝하고 잘 표현을 안 해요. 게다가 파출소장을 해서인지 누구에게 굽히거나 그런 것도 잘 못 하구요. 그래서 사회에 나와 누구 밑에서 일하는 건 잘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퇴직 후 경비 일도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무엇보다 제일 고맙더라구요”
몸이 불편한 딸까지 위로 두 명을 결혼시켰으니 이제 남은 두 자녀만 결혼시키면 부모로서 할 일은 어느 정도 끝난다는 이동옥 씨는 노후준비를 신경 써야 할 나이에 아침마다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일이라며 활짝 웃는다.
“노후에 직장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직장에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우리 세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배운 것이 없으니 좋은 직업을 갖진 못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았으니 그걸로 된 거죠”
시간이 되면 남편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이동옥 씨, 누구든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동옥 씨는 인터뷰 말미에 공무원들을 꼭 칭찬해 달라고 거듭 부탁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녀의 마음이 화사한 봄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하는 그녀의 진심과 행복한 마음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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