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교육이나 정치 참여는
성적이나 대학입시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공동체에게 돌아오게 된다

 

   
▲ 김기홍 부소장/평택비정규노동센터

노자는 도덕경 9장에서 ‘지이영지, 불여기이(持而盈之, 不如基已)’라는 말을 남겼다. 직역하면 ‘그것을 가득 움켜쥐는 것은 그것을 멈추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재물이나 권력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곧 자신의 자리를 오래할 수 없거니와 심지어 망국으로까지 치닫게 되기 때문에, 지도자는 결코 사리사욕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위정자들이 경구로 삼아야 할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노동자·농민·다문화·성소수자·청년·여성 등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국회 진출이 어려운 계층이나 소수자의 원내 진출을 보다 쉽게 하고, 다양한 정치적 생각들을 대표할 수 있는 소수 정당들의 원내 진입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사표를 막아 표의 등가성을 보장할 수 있는 비례 대표성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gerrymandering 게리맨더링을 통해 기성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게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의석수는 줄이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이렇듯 기득권층에 의해 경기장은 더욱 기울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너무나 약하다. 언제까지 우리는 정치 개혁의 칼자루를 개혁의 대상에게 맡겨 놓는 비상식적인 일을 지속해야 할까?

도대체 정치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지도자에게 정치를 맡겨야 할까? 한 나라의 정치는 국가 기구를 통해 집약적으로 표현된다. 아인슈타인은 “국가는 우리의 심부름꾼이어야 한다. 우리는 국가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한 바 있다. 국가는 중립적이지만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 즉 지도자가 중립적이지 못하면 우리는 국가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 지도자는 국민이 뽑게 되므로 결국 국민이 국가의 지배를 받는 것은 잘못된 지도자를 뽑았기 때문이다. 더 따져 보면 국민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학교 교육이나 직장 등에서 철저히 훈련돼야 할 민주주의 교육이나 정치 참여는 성적이나 대학입시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공동체에게 돌아오게 된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권모술수와 이합집산에 능할 뿐만 아니라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한 존재로 나타난다. 나아가 가끔 의석 단상 주변에서 아수라장을 연출하고는 화면 너머 어딘가에서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활짝 웃는다. 그들만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 주변에는 정치 혐오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공약을 내건 모 정치인이 몇 년 전에 대선 주자로까지 언급되고 정치적 희망으로까지 등장한 적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절대적인 특권은 그대로 놓아둔 채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은 그들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정치 혐오는 오히려 기성 정치인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많은 경우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해 ‘잘못된 정치인’을 뽑은 결과 그들 ‘악인들’에게 지배당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들을 선출한 결과 치르게 될 사회경제적 대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최소한 후보자 공보물에서 전과 기록, 세금 체납 여부 등은 확인하자. 또한 해고를 쉽게 하자는 노동 법안을 강력히 밀어붙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를 하자는 정당의 후보가 누구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투표장에 가자.

노자는 도덕경 18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육친불화, 유효자(六親不和, 有孝慈)’.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효도와 자애가 생겨난다는 뜻이다. 가정에 불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시대가 어려울 때, 바른 길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며 이러한 간절함이 길을, 희망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