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무지개공방에서 다시 시작했죠”

 

 

범죄피해자를 위한 무지개공방, 의미 되새겨
기업으로 자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정년 이전의 삶이 가족들을 위해 자의반 타의반 이어온 시간이라고 생각할 때 제2의 인생을 오로지 내 의지에 의해 시작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것은 평소 내가 뜻을 품었음에도 선뜻 실현하지 못한 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범죄피해자 지원, 의미 남달라
“무지개공방이 범죄피해자 지원을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여기 오기 전까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어요. 퇴직 후 1년여를 쉬는 동안 이곳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취지도 좋고 의미도 있어서 맡아보겠노라고 했죠”
안성시 공도읍에 있는 무지개공방에서 2년째 책임을 맡고 있는 이태곤(61) 대표는 안성에 있는 자동차부품 생산 중소기업에서 부사장을 지내다 3년 전 퇴직했다.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을 접게 만든 건 사회적으로 무지개공방이 가진 좋은 취지였다.
“무지개공방은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칠보공예를 가르치고 있어요. 그들의 심신 안정을 돕고 다시 사회에 나가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죠. 전통공예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으니 자립까지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급여와 상여금도 올리고 제대로 된 근무환경을 갖추고 싶은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이태곤 대표는 무지개공방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적 의미와 경제적 자립이 공존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처음 무지개공방이 지어질 당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굳이 칠보공예를 선택한 것은 아름다운 색으로 천천히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어루만지겠다는 후원자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쉽지 않은 환경, 그래도 보람 있어
“중소기업에서 23년간 관리직으로 일했어요. 종업원 열 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170여명으로 키우는 동안 IMF같은 힘든 일도 많았죠. 23년 월급쟁이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곳도 그리 만만치는 않네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개개인의 사연을 접하는 동안 마음이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은 10대이거나 20대 초반이다. 저마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들어온 만큼 적응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이태곤 대표를 힘들게 하는 건 숙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만큼 저녁이면 다시 되돌아간 그들의 가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알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는 점이다.
“작년 말에 한 친구가 가정문제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어요. 상처도 어느 정도 치유돼 간다고 생각한 소녀가장이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죠. 저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니 아이들 일이 그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거든요. 사회적으로도 특별히 더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현실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니 안타까운 점이 많아요”
무지개공방은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그 외 뜻 있는 사람들의 취지가 모여 만들어졌다. 상처 입은 이들의 많은 것들을 다독여야 하는 의무에 비해 이곳 환경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러나 이들에게 전통공예 기술을 가르치고 사회 속에서 전문가로 우뚝 서는 것을 바라는 마음 따뜻한 후원자들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태곤 대표는 오늘도 마음이 바쁘다.

무지개공방에 도움 되고 싶어
“살아오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건 젊어서 야학을 했던 일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건 공고에서 고등학생 실습생을 받아 교육시킨 것이었어요. 그들이 지금은 여타 회사에서 과장 직함을 달고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때 같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태곤 대표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평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의 두 아들에게 성실·예의·배려를 가르치는 것 역시 말이 아닌 평소 그가 직장인으로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보여준 행동이다.
“부모님은 제게 큰 욕심 없이 만족하고 살면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죠. 저도 평소에 그 말을 믿고 실천하고 있어요. 제게 그 행복의 원천은 가정인데 이곳 무지개공방 아이들도 이곳에서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이태곤 대표, 올해부터 새로운 사업으로 무지개공방에서 꽃배달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태곤 대표는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둬 하루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더불어 그의 간절한 바람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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