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학박물관과 인권박물관은
오사카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고
역사박물관 역시 상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박물관은 중앙박물관과는 달리
지역문화를 잘 드러내야 한다

 

▲ 성주현 부소장
평택박물관연구소

현대적 의미의 박물관은 전시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교육과 오락을 공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는 박물관이 5000개가 넘는다고 할 정도로 ‘박물관의 나라’라고 불리며 전시나 운영에 있어서도 선진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구의 도시집중, 농촌 인구 과소화, 인구노령화, 지역 간 현저한 경제적 격차 등 현대사회가 갖는 현실적 문제들에 직면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대두됐고, 그 결과 지역특성에 적합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들이 개발됐다.

그중 하나가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적인 자원에 바탕을 둔 박물관이었다. 이후 박물관은 지역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오사카이다. 오사카는 상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지역특성에 맞는 박물관이 많다. 국립민족학박물관, 인권박물관, 오사카시립역사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립민족학박물관은 문화인류학과 민족학에 관한 연구 활동과 그 성과를 전시, 공개하는 박물관으로 세계 여러 민족의 사회와 문화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민족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의식주 등의 생활용구를 비롯한 표본이나 레코드, 컴팩트 디스크, 테이프, 필름 등 영상·음향, 문헌도서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정리·보존하여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민족학박물관은 대학원의 교육기능을 가지고 있어 여느 박물관보다 연구에 충실한 특징이 있다.

오사카인권박물관은 일본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소수자 차별을 망라하여 전시하고 있다. 부락민 차별은 물론이고 재일코리안, 아이누, 오키나와인, 여성, 장애자, 에이즈환자, 공해병 환자, 한센병 환자, 노숙자 등 각종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와 사진 등의 전시코너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해 평면적 전시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그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오사카역사박물관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오사카 역사를 한 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최신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도시 오사카의 역사체험 공간’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으며 오사카 역사의 흐름을 네 개의 시대를 중심 테마로 설정해 시각적이고 역동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0층에서 내려오면서, 그리고 오픈 천장을 통해 거대한 입체적 전시물은 관람객을 압도한다. 특히 실물크기로 재현한 발굴현장에서 고고학의 조사방법, 유구 유물의 보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는 체험공간, 그리고 박물관 지하에는 실물의 고대유적을 견할 수 있도록 해서 오사카의 고대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오사카는 다른 지역보다는 고대부터 다양한 민족들이 정착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차별과 갈등적인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민족학박물관과 인권박물관은 오사카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고, 역사박물관 역시 상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 박물관은 중앙박물관과는 달리 지역문화를 잘 드러내야 한다. 평택은 이제야 경기도에서 박물관이 없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평택의 지역문화를 총합할 수 있는 박물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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