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모든 지명이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며
올바른 지명을 명명하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 누려야 할
당연하고 소중한 가치다

 

▲ 오중근 부소장
평택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평택시 비전동·죽백동 일대 개발지구인 구. 소사벌지구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소사벌택지개발지구’라는 사업 명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됐고 지구 내에 공동주택과 공원·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아직도 ‘소사벌지구’라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개발 초기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소사벌지구’라는 명칭은 평택대학교 남쪽 건너편에 ‘소사1지구’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며, 계속해서 2·3지구 개발이 예정되고 있어 ‘소사벌지구’와 ‘소사지구’가 오래전부터 불러 오던 법정동 지명과 충돌이 생길 것이니 다른 명칭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사업이 끝나면 사업명은 소멸한다는 논리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결국 우려했던 혼선이 지금 벌어지게 된 것이다.

‘소사벌’이란 1894년 6월부터 1895년 4월 사이에 청淸나라와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툰 전쟁으로 아산만과 성환·평택일대에서 전개된 전쟁터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현재 ‘소사벌’이라 불리는 이화지구와는 위치가 전혀 다른 곳이다. 다만 평택을 ‘소사벌’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택의 특정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닌 평야지대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4년 9월 25일 평택문화원 부설 평택향토사연구소의 요청으로 ‘평택시지명위원회’가 개최됐다. 당시 구. 소사벌택지지구 내 마을 명칭을 각각 이곡·배꽃·가내·배다리마을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소사벌택지지구’의 공공시설 명칭도 ‘소사벌’이 아닌 ‘이화’로 변경해 시민의 혼돈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리했으나 초기에 습관화 되어버린 ‘소사벌’이란 이름이 익숙해지고 있어 지금까지 혼선이 생겨버렸다. 실제 개발의 주역인 LH에서도 명칭 변경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 명칭을 LH평택소사벌1단지, 2단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금융기관도 평택농협 소사벌지점, NH농협은행 소사벌지점으로 명명하고 있고 그 외 많은 일반 상가와 업체가 상호 뒤에 붙는 지역명을 소사벌점이라고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행정기관과 지역단체들은 사안의 중요성을 알고 명칭 개정에 착수하거나 하기로 한바 있으나 지구 내 아파트와 상가들은 아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에도 잘못된 지명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법정동인 소사동 지역의 소사1·2·3지구와의 혼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 평택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한대로 소사벌지구가 아닌 각각의 마을명으로, 또 지구명도 ‘이화’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지명오류 바로잡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소사벌’ 이라고 이미 사용 중인 상호는 단계적으로 변경해주기를 권장하고 새로 만드는 사업체는 ‘이화지구’라고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행정기관은 평택시 홈페이지나 행정망 등을 통해 적극적인 시민 안내활동을 해야 하고 지역사회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명칭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아파트와 상가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상인회를 통해 홍보하고, 지역언론 등 광범위한 매체를 통해 올바른 지명 알리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머지않은 시간 내에 명칭을 바로 잡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의 모든 지명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서로 인정하며 올바른 지명을 명명하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 누려야 할 당연하고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만일 지역공동체의 무관심 속에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왜곡된다면 이 지역의 후손들에게는 잘못된 역사를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명바로잡기의 작은 관심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의 각계각층에서 하루빨리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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