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원하는 마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웃과의 소통으로
행복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 한지석 주무관
평택시 일자리경제과 마을공동체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마을사람들이 공동체라는 숲을 이루며 더불어 살고 있는 ‘성미산마을’이 있다. 성미산마을은 행정적으로 구획된 마을이 아니다. 때문에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성미산마을은 겉보기에 주택들이 모여 있는 서울의 흔한 동네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마을 곳곳을 다녀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이웃’이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은 1994년 주민들이 공동육아를 위해 ‘성미산마을공동체’를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20년간 성미산어린이집,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소행주(공동주택), 작은나무카페, 두레생협 등으로 발전해왔다.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해야 할 일도 많았다고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만들어 온 소중한 결과물들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 보니 아늑하게 꾸며진 극장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영화도 상영하지만 외부 강연이나 마을 주민들의 공연도 하고 있다. 특히, 마을 꼬마들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마을주민 뿐만 아니라 그 친척들도 모두 모이는 만남의 장이 된다고 하니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극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올린 것 같은 빌라들이 있다. 이름 하여 ‘소행주’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을 줄여 ‘소행주’라고 부른다. 이 주택의 큰 특징은 실제 거주할 주민들이 직접 건축 설계 단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집마다 각기 다른 내부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건물 일부분은 마을사람들의 공방이나 공용시설로 활용하고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마을사람들에 의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주택이라 할 수 있다.

자리를 옮겨 운동장도 없는 독특한 학교를 보게 되었다. 성미산학교라고 부르는 이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경험, 그리고 내 친구와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과연, 이 학교를 졸업하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나의 의구심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누군가를 이겨야 내가 더 나은 위치에 갈 수 있다는, 너무도 불편하지만 묵인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그저 내가 행복하고, 이웃이 행복한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방문일정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마을 밥집에 갔다. 7000원짜리 한식뷔페를 먹기 위한 마을 사람들로 식당은 북적였다. 손님이 많아 ‘성미산마을의 경제 활성화 좀 되겠는데?’하고 생각하던 찰나, 이곳은 필요한 만큼만 영업하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저 마을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가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도만이란다.

나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행복한 평택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운 좋게도, 마을공동체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여러 마을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다짐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직 공직자로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성미산마을을 다녀오면서 우리 평택시의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가 명확해졌다.

‘주민들이 원하는 마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행복의 가치를 이웃과의 소통과 만남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다. 나와 이웃이 함께하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나무가 자라나고, 그 나무들이 모여 평택시 곳곳에 더불어 숲을 이룰 때까지 나는 오늘도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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