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썩은 내가 가까운 마을까지
퍼질 정도인데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 양윤희 농장주
AI 피해농가

지난해 11월 18일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후 수많은 닭·오리 농가들이 AI 확진판정을 받았고 현재까지 3000만 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들이 땅속에 묻혔다.

질병의 확산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차단방역을 왜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지만 외출을 삼가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번 질병은 공기전염력이 상당히 강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있으면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허탈하기만 했다. ‘농가들이 소독을 제대로 안했으니까 걸렸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 조류독감에 걸린 많은 농가들 중 소독을 게을리 한 농가는 한곳도 없을 것이다.

우리 농장으로부터 3km 내에 60만수 규모의 기업농이 AI확진을 받았고 그 농장 인근에서 우리 농장 앞으로 지나다니는 차량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병농장이 큰길가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소독기도 설치하지 않고 길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인력도 부족해서 17일정도가 지난 뒤에야 매몰을 끝내 온 동네에 닭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썩은 내가 가까운 마을에까지 퍼질 정도인데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발병농가가 닭 매몰비용과 매몰인력을 직접 구해야했고 그 비용만 해도 24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닭과 계란의 보상비용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들은바가 없다.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군 병력을 이용할 수 없겠냐고 물었지만 법적으로는 군인을 투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렵게 구한 사람들 역시 양계 쪽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닭을 꺼내오는 일 자체도 쉽지 않았다.

우리 농장 매몰 작업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아 군 병력을 매몰 작업에 투입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리농장의 닭을 매몰 작업 할 때에도 이미 2000만 마리 가량이 땅에 묻혀있을 때고 질병세력도 중한 상태였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작업비와 매몰비용을 모두 감수하라 하고 누구에게는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어긋나는 일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농장주와 직원들은 외부와 차단하겠다는 이유로 집에만 있으라하고 작업에 동원됐던 인력과 관계 공무원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 않은가? 일이 없어지다 보니 많은 농장들에서 고용한 인력들을 내보내야하는 상황이고 이미 많은 농장에서도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들을 해고처리한 곳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이미 대한민국 곳곳에서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것이다. 농가에서는 인력이 다시 필요해지겠지만 기업농이 아닌 일반농가에서는 외국인 직원을 구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우리 농장도 이미 닭을 묻은 지 20여일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매몰 작업 후 농장 내부시설을 정리하고 계분을 치우는 일도 지금까지 다 정리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이후에는 깨끗하게 물청소를 해야 하고 소독도 여러 번 한 후 AI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만 새로 닭을 넣을 수 있다. 얼마나 걸려야 균이 검출되지 않을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국내 종계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병아리를 구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병아리 값마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에서는 많은 비용이 AI 발생농가에 지원된 것처럼 방송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는 실정이다. 빠른 정보와 실질적인 도움 없이 단지 뉴스를 통해 듣고 있는 것이 전부라면 피해농가가 일반 국민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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