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이 주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원인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함께 고민하고 공론화하며
내 이웃·시민·행정이 함께 해야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이주연 주무관
평택시 총무국 자치교육과

‘평택시 거버넌스 포럼’에 유창복 서울시 협치자문관이 온다는 말을 듣고 평소 서울시 거버넌스 행정에 관심이 있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남부문예회관 세미나실로 향했다. 그때,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아이가 아프단다. 유창복 자문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조퇴를 해야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포럼은 인터넷 생중계를 했기에 주말에 아이를 재우고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들을 수 있었다.

강의는 서울시의 주민주도형 마을정책, 마을 만들기, 마을공동체 정책방향 등으로 이어졌다. 강의 중 유창복 자문관은 ‘마을’을 이렇게 정의했다. “마을은 나의 필요에서 출발한다.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하소연하고, 궁리하다가 이웃들의 관계망을 시작하게 된다”

강의를 듣다 보니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됐던 ‘워킹 맘 육아 대디’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육아와 살림에 문외한이었던 남자 주인공이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하고, 살림과 육아에 일가견이 있는 아래층의 전업남과 관계를 맺으며 육아 품앗이를 시작한다. 처음엔 이웃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이 두 주인공에게 적대적이지만, 본인들의 필요가 느껴지는 지점에 이르자 관계가 긴밀해 지고, 비로소 이웃들이 함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그런 이웃들이 모여 ‘두근두근 놀이터 어린이집’이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고, 해결되지 않은 재정이나 컨설팅 부분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마을기업 공모사업에 지원하면서 무사히 ‘두근두근 놀이터 어린이집’을 개원하게 된다.

주민주도형 마을공동체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나의 문제를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로 공론화해서 주민스스로 해결하고자 하고, 행정은 그 과정에서 공론화된 문제를 시민들과 상호 협력으로 수평적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내 경우도 육아는 큰 문제다. 매일 같이 아이 맡길 곳, 잠깐 부탁할 곳이 없어 듣고 싶은 강의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없으며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것은 나 같은 워킹 맘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일어나는 문제다. 공공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 시도를 할 때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 지라도 해결점에 점점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이 주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원인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함께 고민하고 그것을 공론화하며 내 이웃, 더 나아가 시민, 행정이 함께 해야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유창복 자문관은 강의 말미에 “사소하고 아기자기하게 동네에서 이뤄지는 행정, 작은 부서에서 이뤄지는 협치 실행의 경험들은 금방 증발할 수 있다. 소중한 관행으로 차곡차곡 담으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도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안정화 시키려면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협치’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나의 필요에서 한발자국 떼는 시도를 시작해야 할 때다. 평택시의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되고, 시민이 정책개발과 결정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성장하며, 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치 제도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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