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공장에 사고가 나고
인근 5만 명의 주민들이
피해자가 된다면
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권현미 사무국장
평택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지난 1월 18일 평택의 모 언론을 통해 우리는 평택지역에 들어서게 될 국내 최대 규모의 특수가스공장의 증축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공장은 국도 1호선과 경부선 전철, SRT가 지나는 그 사이에 입주하게 된다. 국철이 지나가는 지하에 관을 매설하여 길 건너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에 폭발위험성이 있는 실란과 암모니아, 삼불화질소등을 이동시키게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시위에 나서며, 위험성과 부당함을 호소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와 나라를 살리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행정실수가 있었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설득을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역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모여 더 안전한 시설을 짓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당시 계획단계에서조차 사측이 제시한 규모는 대한민국 최대였기 때문에, 이에 증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을 위해 대외협력관에게 자료를 요청한 결과, 공장의 증축 계획은 사실상 2015년 이미 계획된 시설들이 순차적으로 건설되는 과정을 주주들에게 증축이라 표현한 회사 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된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더 이상의 증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먼저 안도하면서, 왜 시민들이 이처럼 한 기업의 공장 건설 현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지 씁쓸하다. 아마도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세월호 사건 등을 겪어오면서 습득된 불신들이 개개인의 안전도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고 가르쳤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APK 에어프로덕츠사의 공장건설은 2015년과 마찬가지로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접하고 지역 정치인 중의 한분께 만약 그 보도가 사실이어서, 공장이 비밀리에 증설될 예정이었다면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돌아온 답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법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송탄시와 평택시의 통합 이전에 구획되어 있었던 장당 산업단지 주변은 현재 주민 5만 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지역이 되었다. 그렇다면, 법은 장당산단에 들어오게 될 공장의 위험성과 위해성에 대해 까다로웠어야 옳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의자는 법 앞에서 징역 7년과 무죄를 선고받았고, 어이없는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한다. 위험한 지역에 들어선 합법적인 위험물을 다루는 공장이 혹시라도 사고가 나고, 근처에 사는 5만 명의 주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민을 다치게 만든 조항들을 합법이라 말하며, 허용한 이 국가의 시스템과 행정기관의 비인간적인 처사들을 탓하며,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다던 소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을 소명하는 과정에서 APK 에어프로덕츠사는 지역사회에 장외영향평가서 제출에 대한 결과 공개와 정보공유를 위한 주민간담회, 그리고 더 안전한 시설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조사든 특검조사든 모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말을 너무 쉽게 바꾼 어떤 분처럼 가벼운 약속이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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