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기 ‘하모니카’로 마음을 나눕니다!

 
“하모니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외삼촌의 유품이었습니다. 외삼촌이 그리울 때마다 불곤 했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달하는 하모니카 전도사가 되어버렸네요.”
전직 경찰관이었던 장만수(62)씨는 자신을 하모니카 전도사라고 표현한다. 서울 달동네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던 그는 당시에도 하모니카 하나로 달동네 이웃들의 애환을 달래고 그곳 아이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힘들게 사는 이웃들을 돌보다보면 정작 가족에게는 월급 한 푼 못 갖다 주기 일쑤였다고. 경찰관 재직 당시 있었던 몇 번의 사고로 4급 장애판정을 받고 퇴직했다. 이후 안성 미리내 성지 옆 묵리라는 마을에서 도보순례와 산행자들이 쉬어가는 ‘평화로운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실제 이름보다 ‘묵리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서울 달동네 이웃들의 힘든 삶을 위로해주던 게 바로 이 하모니카였습니다. 이 작은 악기가 가요나 동요는 물론이고 가곡, 뽕짝, 클래식, 재즈까지 연주 못하는 곡이 없거든요.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많이들 위안을 삼곤 했죠”
송탄, 안중, 평택에서 하모니카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장만수 씨는 하모니카는 부피가 작아 휴대도 간편하고 모든 영역의 음악을 제한 없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들려준다. 실제로 하모니카는 호흡으로 소리 내는 악기여서 뇌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복식 호흡으로 장 기능도 활성화하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연주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악기다. 숨을 쉬듯 불고 마셔서 소리를 냄으로 심폐기능을 좋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악보를 잘 읽지 못해도 숫자로 이뤄진 악보를 사용하므로 누구나 숫자만 알면 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 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하모니카를 천식치료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100세를 넘긴 연주자도 많다.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제자들을 가르칩니다. 제자들 중에는 104살 된 할머니도 있는데 전에 스타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지요. 제자들은 젊은 층부터 나이든 분까지 다양한데 84살 된 어떤 할머니 제자는 하모니카를 배운 뒤 다른 치매노인들이나 강원도 탄광촌까지 봉사도 하러 다닙니다. 나이 들어서도 쉽게 배울 수 있고 휴대가 간편해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악기가 바로 하모니카지요”
장만수 씨는 많은 제자들을 이끌고 노래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 테마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요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연주하기 위해 순천만 갈대밭을 찾기도 하고 바다와 관련된 노래를 연주하기 위해 바닷가를 찾기도 한다. 그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모니카를 불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인생은 달고, 쓰고, 시고, 맵고 짠맛을 느끼는 혀’라고 얘기하는 장만수 씨, 경찰관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며 겪은 일들이 많지만 주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되뇐다. 이제는 많은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모니카를 통해 많은 곳을 찾아 봉사하는 삶을 사는 그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는 말을 내비친다.

평택에 하모니카 박물관 건립하고 싶어
하모니카는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4년마다 세계대회를 치르고 2년마다 아시아권 대회를 치른다. 종류만 해도 150여 가지가 넘는다. 그중 100여종에 달하는 하모니카를 소장하고 있는 장만수 씨의 꿈은 바로 평택에 하모니카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재미사업가이자 뉴욕 하모니카연맹 전중호 회장님은 세계의 희귀한 하모니카를 대부분 소지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연세가 많으셔서 이제는 한국에 하모니카 박물관을 건립하고 싶다며 가지고 있는 하모니카를 기증할 의사를 밝히셨는데 전 그곳이 바로 평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모니카를 소장할 작은 건물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장만수 씨는 1월 10일 평택남부문예회관에서의 첫 수업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인생 60까지는 전반전, 60부터 90세까지는 후반전, 90세부터 100세 이상은 연장전이라고 말하는 그는 젊은 제자도 그렇지만 나이든 제자들을 만날 때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털어놓는다. 제자들의 나이를 물을 때도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대신 ‘지하철 몇 호선 몇 번 출구냐’고 묻는 유머감각으로 제자들을 맞는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주머니 속에 하모니카 하나씩을 가지고 다니며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이웃과 행복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며 큰 소리로 웃는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제자가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는 목에 걸린 작은 주황색 하모니카로 즉석에서 구성진 가요를 몇 곡 들려준다.
세상에 무관심처럼 무서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누구든 처음엔 자신을 위해 하모니카를 배우지만 나중엔 이웃을 위한 나눔을 배운다며 즉석에서 음악을 통해 마음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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