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동자나
여성노동자들
특히 돌봄 노동자들이
차별 없고 상식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 한지희 사무국장
평택요양보호사협회

‘어르신들의 여생을 책임지고 함께할 동반자 요양보호사’,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공단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해 지칭하고 있는 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공성으로 이뤄져야 하며, 돌봄을 받는 주체나 돌보는 주체가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당했다는 내용의 요양보호사 상담이 상당히 많아진다. 어르신들의 남은 여행을 책임질 동반자인데, 그 요양보호사가 자고 일어나면 계약해지 당하기 일쑤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요양원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직원들의 근무태도 평가서를 만들어서 원장기준에 맞춰 친절도, 인간관계, 말투, 태도 등의 항목을 넣은 주관적 평가로 요양보호사들의 등급을 매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자신의 급여, 연차, 근무환경에 대해 건의를 하거나 항의했다가는 한마디로 원장에게 밉보여서 계약해지 당하기 일쑤다.

또 어떤 곳은 11개월을 다닌 후 12개월 차가 되면 요양원장이 사직서를 쓰라고 하고 열흘 후에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는 방식으로 1년을 채우는 등 법정수당인 연차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야비한 꼼수도 허다하다. 평택안성요양보호사협회 사무국장인 나는 이런 야비한 요양원에서 부당해고 당한 요양보호사들의 상담을 받고 연차와 퇴직금을 전부 받아주거나 원직복직판결을 받아 승소한 적이 있다. 공공성을 많이 띄는 요양보호사들이 내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 계약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눈칫밥에 정당한 문제의식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자신의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처지다.

요양보호사들이 이러한 고용불안 속에서 생계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온전히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동반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요양보호사 종사자 처우개선에 ‘고용안정’이 들어가 있는 이유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이 첫 외부행사로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뉴스를 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계약직 요양보호사인 나도 박수를 보냈다. 긴 투쟁과 해고를 각오하지 않아도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 힘쓴다는 소식에 그야말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며칠 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차별이 시정되지 않은 채 무늬만 정규직화 되어있는, 즉 무기계약직 전환이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간접고용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문제를 고용기간의 유무에 대한 단순한 문제로 보아서도 안 된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시대에 대한 구체화된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에서도 노정교섭을 통해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겨례신문> 5월 15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사회 불평등문제에 대한 적폐로 국민들은 비정규직철폐를 원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혁명,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은 비정규직문제 해결이며 이는 공공부문부터 실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기계약직도 특수한 근무환경이나 사회제도 변화에 따라 고용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차별과 고된 노동, 비인격적인 냉대와 소외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나 여성노동자들, 특히 나와 같은 돌봄 노동자들이 차별 없고 상식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노동계와 더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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