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청책’
전문가와 정책을 만드는 ‘숙의’
시민들과 함께 정책을 실현해가는
‘협치’를 이뤄가는 과정이
평택시 행정에는 아직
스며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사회경제발전소

시민활동가의 울림이 목소리 높일 때만 보인다면 참 서글픈 일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거친 손마디를 잡아주고, 조그만 도움을 주며, 스스로 감사하고 감동하는 일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세상과 화해하고 따스한 손길을 잡는 시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사랑했던 순간을 생각하는 일은 행복이다.

세상에 분노하는 운동보다 이웃과 정을 나누고,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주거환경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공동체, 궁극에는 나눔과 연대의 인간적인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지역 만들기에 내 모든 시간과 자산이 소비되면 행복하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리고 한반도의 모순과 희망이 가득한 평택에서 살아가고 평택을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나 또다시 무언가를 계속 끌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길처럼 힘들고 외롭지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품격 있는 도시는 지역사회와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며 되돌아볼 때 시작될 거라는 작은 희망도 가져본다.

최근 평택시가 200인 원탁 토론 등 사람 중심의 소통과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이다. ‘참여’ ‘공유’ ‘협치’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방자치 혁신이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내는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택시의 거버넌스는 종합적인 성찰이 담겨 있지는 못하다. ‘모산골공원’ ‘브레인시티개발사업’ ‘유해환경업체 문제’ ‘미군기지 문제’ 등 갈등사례에서 보듯이 중요한 의제에 있어서는 관주도형 일방통행 행정방식을 목도하게 된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청책’, 전문가 등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숙의’,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정책을 실현해가는 ‘협치’를 이뤄가는 과정이 평택시 행정에는 아직 스며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평택시에 필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과 경청의 힘으로 시민을 하나로 단결시켜내는, 통합해내는 리더십이다.

품격 있는 도시의 선결과제는 참여민주주의 실현과 구성원의 자치역량 강화이다. 참여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성, 공평성, 투명성, 공개성, 권한 분담 등의 여러 요소들을 지켜야 하고, 전 과정에서 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평택시는 인식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 역시 지역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성숙된 역량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품격 있는 좋은 도시의 요체는 사회 정의, 돌봄의 윤리, 평등, 상호성의 원칙에 기반을 둔 시민적 공동체를 확장, 심화하는 것이다. 옌센은 새로 출현하는 사회는 스토리 만들기, 문화, 가치, 도시유산, 고유의 습성, 성격을 강조하는 사회라고 본다. 최근 분출하고 있는 평택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는 평택에 산다는 자존감, 도시의 ‘품격’을 높여달라는 것일 거다. 사람의 가치가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는 사통팔달 도시를 염원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이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것인가? 어떤 지역사회가 행복한 사회인가? 변화기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의 우리의 치열성과 책임성, 공감능력의 여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평택을 희망의 도시, 품격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정치권, 단체장들을 포함한 우리의 책임 있는 노력과 공익적 실천, 참여와 공개, 소통과 비전이 필수적이다. 상식과 원칙, 기본이 바로 선 지역사회는 당연한 전제이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아름다운 공동체가 반목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층과 가장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를, 극심한 가뭄으로 더욱 힘들어진 농민의 거친 손마디를 따스하게 잡아주는 것에서부터 평택의 품격은 높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