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이 요시미쓰/펄북스

 

   
▲ 함수경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간만에 서울나들이를 갔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들렀다. 사람들의 많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너도 나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의 도서관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에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도서관이라는데 사서는 어디 있을까? 분류는 왜 이렇게 했을까? 도난방지시스템은 있는 걸까? 등의 궁금증과 의아함이 먼저 들었지만 도서관의 책을 매개로 사람이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별마당 도서관처럼 크고 화려한 도서관은 아니지만 사람이 만나고 상호작용하는 공간이자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도서관 이야기를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책 속에도 만나 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동네도서관 붐’을 일으킨 사람이다. 11평에 작고 겸손한 도서관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네트워크를 확대해서 120개가 넘는 동네도서관을 탄생시켰다. 동네도서관의 시작 배경부터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 동네 도서관의 사례와 목적 등을 소개한다.

동네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개인이 지역 사람들과 책장을 만들고 책을 기증하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책을 매개로 배움을 나누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활발히 교류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다양한 동네도서관을 접할 수 있다.

들판에서 책을 읽고,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논하는 야외도서관, 죽은 아내가 남긴 2천여 권의 책으로 동네도서관을 만든 할아버지, 지진을 겪고 난 뒤 아이들을 위해서 세운 숲 도서관, 오랜 시간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를 위해 병원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의사 등 삶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동네도서관은 곳곳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특히나 벨가디아 구지라야마에 있는 ‘숲 도서관’의 한쪽에는 지진으로 죽은 사촌 동생을 그리워하며 만든 ‘바람의 전화’가 있다. 하얀 전화 부스 안에는 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검은색 전화기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공책이 있다. 유족들이 찾아와 마음으로 대화하는 장소라고 한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잠시나마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나 책의 세계, 동화의 세계를 만들어 준 것이라는 도서관의 작은 배려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맛있는 카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맛있게 익는 과정이 필요하다. 커다란 냄비에 효모균을 넣어 발효시키면 맛있게 바뀌는 것들이 많다. 전통주가 그렇고 낫토, 된장이 그렇다. 우리 사회도 큰 것을 우격다짐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를 통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 본문 중 -

저자의 말처럼 도서관은 책과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비단 동네도서관의 철학일 뿐 아니라 모든 도서관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갈수록 독서 인구는 줄고 소통의 부재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도서관이 늘 함께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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