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영역 중에서
교육복지영역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무상교복 지원 또한 시작해
교육공간에서 평등을 지켜나가야 한다

 

 
▲ 한지희 사무국장
평택요양보호사협회

올해 긴 연휴였던 한가위. 모처럼의 긴 연휴에 다들 그동안 못가 본 가족여행을 떠난 사람들도 많았고, 가족들과 고향을 다녀오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분들도 많았다. 물론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명절을 맞아 요양원으로 찾아오는 가족들을 위해 조금 더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정작 자신의 가족들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오늘은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보다도 명절기간에 읽은 충격적인 기사가 가슴에 꽂히고 내내 아려서 편치 못했던 이야기를 먼저 하려 한다.

한겨레에 실린 ‘우리들의 죽음 27년 뒤’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발매된 정태춘의 노래 ‘우리들의 죽음’은 경비원과 파출부 일을 하던 부부가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돼 문밖에 자물쇠를 채우고 일을 나갔다가 집에 불이나 아이들이 죽은 사건을 가사로 담아낸 노래였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다. 방문을 열었을 때 누나는 엎드린 채, 동생은 옷가지에 코를 파묻은 채 숨져있었고 방문에는 죽을힘을 다해 문을 열고자 했던 손톱자국이 남아 있어 전 국민에게 안타까움과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12년이 지난 10월 8일 구로구 개봉동 다가구 주택 1층에서 불이 나 7살 아이가 숨졌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는 일터로 출근했고 택배일을 하는 아버지도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한겨레의 ‘우리들의 죽음 27년 뒤’는 위의 사건들을 조망하는 글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활이 27년 전 노래가사와 단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니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것뿐만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은 생리대 살돈이 없어 신발 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여학생들의 이야기, 오랜 기간 취업이 되지 않아 부모님께 거짓으로 빚을 내 월급을 보내다 자살한 청년의 이야기 등 구김 없이 열정적으로 꿈을 키워야할 청소년, 청년, 아이들이 이렇게 처절하게 살거나 죽어가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이런 고통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영역 중에서 교육복지 영역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에게는 성공한 경험이 있다.

경기도는 김상곤 현 교육부총리가 경기도 교육감으로 당선된 후인 2010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무상급식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현실화하고 교육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 준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였다.

온갖 논란과 함께 시작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는 끼니를 굶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아울러, 무상급식은 단순히 끼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공간에서 평등과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키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무상교육이라는 단어 그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공간은 차츰 모든 것이 평등하고 차별 없이 제공되고 운영돼야 한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다.

요즘은 교육을 위한 보편적 복지가 급식을 넘어서 학교 준비물과 교복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2016년부터 1년에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중학생 무상교복 지원을 시행 중이며, 학생과 학부모,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고등학생까지 무상 교복 지원을 확대하자는 여론이 높다고 한다. 용인시에서는 시와 의회, 시민단체들이 하나 돼 고등학교까지 무상교복 지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했으며, 가까운 옆 동네 안성시에서도 시민단체들이 무상교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중학교에 입학해 구입해야 하는 교복의 가격은 서민에게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라 사춘기 시절 민감한 청소년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요양보호사들도 밤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임금의 대다수를 자녀들의 교육비에 충당하고 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대학자녀가 많을수록 온 몸이 부서져라 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자녀의 교육비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동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복지가 잘 돼 있는 성남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혜택 많은 지방으로 이사갈까?”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속상하다.

행사와 초대가수 위주의 축제에 돈을 쏟아 붓기 전에 청소년들의 생리대라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중·고등학생 무상교복 지원을 시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 평택시가 무상교복 지원과 고교무상급식을 실현하고, 나아가 무상의료 지원까지 실현한 앞서가는 도시가 될 수는 없는 걸까? 명절 끝 휘영청 보름달에 다시 한 번 기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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