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0여개 문화재단의
기존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분량이 아주 적어도 좋으니
평택만의 아주 진지한
자료를 만들어주길 원한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지난 수년 간 평택에도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에 ‘아직 시기상조’라던 평택시가 입장을 바꿔 재단설립을 공식화 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달부터 3개월 간 설립 타당성 용역을 마치고 내년 4월까지 조례 제정, 10월까지 발기인 총회를 비롯하여 이사 선정, 대표이사 공채 및 직원채용과 이사회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서 연말까지 정관 등 각종 규정을 만들거나 심의 의결한 뒤 2019년 4월에 공식적으로 재단을 출범시킨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욕심 같아서는 속도를 더 빨리 내주었으면 하지만 경기도를 거쳐야 하는 등의 절차를 비롯하여 많은 과정이 있기에 이정도만 해도 만족스럽게 받아들일 만하다. 이에 ‘설립 타당성’을 용역으로 의뢰한다니 평택만의 문화재단이 되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해본다.  

그 당부는 이렇다. 용역보고서 분량을 너무 중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인터넷 등에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나 전국 60여개 문화재단의 기존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분량이 아주 적어도 좋으니 평택만의 아주 진지한 자료를 만들어주길 원한다. 또 재단의 영역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범위 설정을 당부한다. 아주 많은 재단들이 행정의 하위기관 쯤으로 자리매김해서 지자체장의 입맛 맞추기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인 만큼 이보다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조례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평택 문화예술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팔 길이 원칙의 분명한 천명闡明’이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대신 전문 예술가나 단체 그리고 시민을 통하되 간섭 대신 지원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재단 출범에 거는 가장 큰 기대로서 문화 확장시대에 맞는 조직과 시행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있겠다. 문화성장 시대에는 소위 엘리트 예술이나 전통문화가 당연시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문화 확장 즉 생활문화 시대로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참여를 원한다. 크고 거창한 것보다 작아도 ‘내 집 앞 5분 거리’를 원하는 만큼 문화의 외연을 넓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이런 것들이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가 되도록 출범부터 그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뿐 아니다. 기존의 많은 재단들이 그러하듯 퇴직 공무원 자리 만들기나 보은報恩성 인사를 금하고 산재했던 시설 관리가 목적인 시스템은 안 된다. 전문성 결여가 빚어낼 결과와 직접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실적 및 성과위주 경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3개 시 군 통합 이후에도 계속되는 3역域 3색과 주한미군 평택시대, 신도시 등장에 따른 이주민 대량 유입, 농경문화의 퇴조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현상과 갈등을 문화적으로 융합하고 해결할 중장기 해법까지 재단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시민의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이라면 평택 현장예술가 입장에서의 요구는 이렇다.

지역 인재와 단체 양성 나아가 시민의 예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문화재단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가장 많이 빚어지는 불협화음이 기존 단체들과의 관계다. 한마디로 재단이 옥상옥이라는 것이다. 재단이 아무리 뛰어난 기획력을 가진다 한들 이를 실행할 현장의 팔다리가 없으면 안 된다. 예산집행력을 앞세워 기존 단체를 산하 기구처럼 인식하지 않고 상호 협력 상대임을 처음부터 담아야 성공한다는 가장 간단한 이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용역 기관이 자칫 놓치기 쉬운 ‘평택 현장’의 다양한 현실적 요구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려면 학문적 연구와 병행하여 현장 전문가나 시민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지방자치제 출범이후 우리 평택에서도 많은 연구용역이 있었고 그때마다 용역보고서가 나왔지만 그 행방을 알고 있는 이도 알려고 하는 이도 없다. 보고서가 보고서로 그쳤기 때문이다. 평택문화재단이 ‘그들만의 무대’가 되지 않으려면 이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