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 문학동네

 

▲ 이지은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사람이 죽게 되면 가게 된다는 공간인 저승, 그리고 그곳에 죽은 사람의 혼을 데려간다는 저승사자는 많은 책, 영화,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됐다. 낯설지 않은 주제이며 얼마 전 ‘신과 함께’라는 웹툰과 영화를 보고 난 후라 책을 펼치자마자 금세 다 읽을 수 있었다.

같은 반 친구 준희에게 돈을 뺏으려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 동우. 알고 보니 사주와 이름이 같아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오게 됐다.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자를 내야 하는데 동우의 곳간은 비어있어 가까운 사람에게 노자를 빌리게 된다. 동우가 저승에서 노자를 빌린 사람은 학교에 다니며 괴롭혔던 준희였고, 동우는 준희에게 빌린 노잣돈을 갚기 위해 노력한다. 49일 안에 빌린 노잣돈을 갚지 못하면 다시 저승으로 가야하기에 동우는 친구 태호의 아버지 돈을 몰래 훔치기도 하고 자신이 아끼던 물건들을 팔아 준희에게 돈을 쥐여줬지만 장부의 금액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동우는 준희를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준희를 도와주며 장부에 있는 노자를 갚아가기 시작한다.

태호와 준희에게 잘 못 했던 행동을 인지하면서 동우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준희와 함께 차에 치인 새끼 고양이를 치료하며 다른 생명을 구하고 도와줬다는 사실에 뿌듯해한다. 처음에 물질적인 돈으로 빌린 노잣돈을 갚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다른 생명을 구하고, 약한 친구를 도와줌으로써 점점 성장하기 시작한다. ‘친구 사랑의 날’ 준희와 태호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주고받은 후 셋은 서로 이해하고 잘못을 용서하며 가까워진다.

마지막 동우가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차도에 뛰어드는 장면은 처음의 장면과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느낌이 든다. 처음에 동우는 괴롭히던 친구를 쫓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억울하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양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는 동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돼 있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보고 가해자의 행동을 서술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 잘못된 것조차 모르는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나 돌아왔어!”라는 대답은 동우가 있어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뜻한다. 삶은 ‘프로젝트’ 따위가 아니며 장부로 계산을 종료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긴 여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심사평 中에서 p.167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후회가 가득한 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날, 봄볕 가득한 곳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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