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평화의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미군기지 감시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얼마 전,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말했다. ‘평화협정’이라. 듣기만 해도 뭔가 울컥하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여태 우리는 ‘정전’ ‘휴전’이란 단어가 더 익숙했다. 북한이 과거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데도 ‘적’이라 간주하고 우리는 불안해했다.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습 배치도, 생화학무기 실험실 설치 강행도 모두 북한의 ‘방어 전략용’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평택에는 미군기지가 있다. 평택시민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미군기지는 평택 주거지 면적과 거의 동일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한 도시 안에 주거지 면적과 맞먹는 미군기지, 전쟁기지가 있다는 건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 ‘군대의 본질은 살인집단이고 군인들이 받는 훈련은 살인훈련이다’ 이러한 표현은 명백한 진실임에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조국 방어를 위한 ‘정당한 폭력’이라는 논리가 마법이 되어서 본질을 다르게 포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군인들은 군대에서 살인을 위한 훈련을 받는 것이며 최첨단 전투기와 미사일로 사람을 죽이는 기계일 뿐입니다. - (임재성, 항소 이유서 중에서)

맞다. 기지란 군대가 주둔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다. 기지의 본질은 임재성의 말처럼 ‘살인집단’이고 ‘살인훈련’을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미군기지는 미국 군인이 주둔하는 곳이며 훈련을 통해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다. 평택이란 도시에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가 있다는 건, 평택에 세계 최대의 살인집단이 주둔하고 살인훈련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평택 시민의 안전은 어떻게 되는가.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평택평화센터는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를 찾아내고 알리기 위해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활동하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미군기지로 인한 굵직한 사건·사고가 있었다. 오산미군기지 주변 주택가에 수색감시용 레이더가 기습 설치된 사건과 미군기지 옹벽으로 인해 장등리 일대가 침수된 피해 사고이다. 주택가에 설치된 레이더는 주민과 함께 힘을 써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등리 침수 피해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는 한국정부가 피해를 입증해주지 않는다. 정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피해 당사자가 침수된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당하면 보상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우리가 미군기지 감시활동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군기지 주변을 둘러보며 주민피해를 찾아내고 혹시 모를 사건·사고를 미리 예방하려는 것이다. 작년 주택가 레이더 기습설치 사건을 해결한 일도 감시활동에서 얻은 결과이며 주민들의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올해는 좀 더 밀착된 감시활동을 계획 중이며 기지 주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주시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선언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평화체제를 위한 신호탄이라고 표현하며 종전을 위해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 미군기지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미군기지 감시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