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랩을 구현해
스케일업 된 평택시
살아있는 평택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 전윤호 주무관
평택시 영상정보운영사업소

‘스마트시티와 리빙랩’이라는 주제의 스무 번째 거버넌스 포럼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여러 직무 중에는 지구단위 개발구역 내 자가통신망·방범용 CCTV 구축 등 스마트시티와 관련하여 인프라를 구성하는 업무가 있으며, 작년 하반기에는 ‘스마트시티 도시개발 계획 수립 용역’을 완료했기에 이번 포럼의 주제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2004년 미국 MIT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제안한 개념인 ‘리빙랩(Living Lab)’의 뜻은 해석 그대로 ‘살아있는 실험실’ 혹은 우리식으로 ‘일상생활 실험실’이라고 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소수의 과학자가 주체인 공급자 중심의 결과물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수요자(사용자) 중심의 문제해결을 연구한 것이다. 리빙랩은 문제의 인식부터 해결까지 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수평적 시민참여를 뜻하는 거버넌스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와 리빙랩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강의 시작 전 나는 성공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하지만 강의에서는 아주 작고 소소한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성대골이라 불리는 작은 단위에서 진행한 ‘에너지 자립마을’이 소개됐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위험성·불안감에 마을 주부들로부터 시작된 에너지 절약 실천이었다. ‘에너지 절약=에너지 생산’이라는 생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자는 취지였고, 각 가정은 매달 전기사용량을 그래프로 그려가며 절약에 대한 방법들을 공유하고 실천했다. 행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담당 공무원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연구개발자들이, 금전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금융기관에서 참여해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 결과 평균 10~15%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은 주민들 주도 아래 여러 기관이 수평적으로 연결된 실생활의 거버넌스였다. 이 작은 리빙랩은 성대골을 현재 서울시 전체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의 모범사례로 만들었다.

이날 포럼에서 또 한 가지 리빙랩 사례로 한양대학교 성태현 교수팀의 연구 사례가 소개됐다. 성태현 교수팀은 야간에 공사, 청소 등을 하는 작업자들이 안전에 취약하므로 연구 개발을 통해 ‘발광형 안전 키트’를 만들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1년간 35차례의 리빙랩을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현장 작업자들에게 직접 사용 후에 대한 반응을 모아 개선을 거듭해 제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사례에는 반전이 있었다. 성태현 교수팀은 현장 작업자들과의 대화를 진행하다보니 이들이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닌 작업이 끝난 후 옷과 몸에 밴 악취를 없애는 것이었다. 공급자 중심에서는 안전이 우선시 됐지만 수요자 중심에서는 위생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연구 개발이었으면 알지 못했을 오류를 단지 양방향의 소통이 더해진 것만으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여가는 문제해결 능력이 리빙랩 혹은 거버넌스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강의자였던 성지은 연구위원은 포럼 마지막 자유토론에서 ‘평택시 아이디어 실행대회’에 참여자들에게는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시작점이 되어 성대골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평택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스케일업 된 평택시, 살아있는 평택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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