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나눔을 하면서도
음성적 기부 행위를 없애
선진 정치·선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이선영 홍보주무관
평택시선거관리위원회

‘가배’, ‘가위’, ‘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 하는 추석은 삼국시대부터 유래된 우리민족 최대 명절이다. 가을이 시작된 요즘 맑고 좋은 날씨와 함께 다가오는 추석 명절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예부터 추석은 일 년 중 수확의 시기로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기인지라 인심도 넉넉해 가족과 친지, 이웃, 지인 등과 정을 나누는 방법으로 음식물을 대접하거나 선물을 해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범위와 크기는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명절을 맞아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일반적인 생활의 예로 여겨지고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모든 나라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행위로 인간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개인 경조사와 명절과 관련해 더불어 나누는 행위는 우리사회에서도 당연하고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눔의 정서는 선거에 있어서도 관행적이고 음성적으로 만연했다. 명절에는 정치인에게 선물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는 것이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아직도 경로당에 인사 명목으로 과일이나 제사용 청주를 제공하거나 귀향차편 제공 등을 별 의심 없이 주고받는다. 오히려 이러한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안내하면 일부 어른들은 각박한 인심을 언급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내보이기도 한다. 의례적인 인사로 볼 수 있는 나눔 행위도 선거, 정치인과 관련될 때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이 말했듯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정치인이 제공하는 금품과 거래한 한 표의 대가는 고스란히 나 자신에게 다가온다. 정치는 나를 둘러싼 사회, 교육, 문화, 경제 등 삶의 환경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우리가 직면한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제도와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 부정한 목적으로 얽혀있거나 잠시 기분 좋게 하는 금품에 현혹돼 올바른 정치인을 선별한 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준다는 의미의 ‘선물’과 ‘뇌물’의 차이는 명확하다. 순수한 의미에서 선물은 타인 중심으로 고마움과 보은을 표시하는 마음이 있지만 뇌물에는 자기중심적인 목적이 내재돼 있으며 금전과 물건을 매개로 타인을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 선물과 뇌물의 중간지대에 ‘공직선거법’ 기부 행위가 존재한다. 본래 기부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은 선거구민에 대한 일련의 금품 제공 등을 ‘기부 행위’로 정의하고 상시 제한하고 있다. 기부 행위가 만연할 경우 이는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매수 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종국적으로 정치·선거 문화를 혼탁하게 할 우려가 높다.

더욱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이번 추석기간 동안 지역에서 음성적인 기부 행위가 이뤄질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은 우리의 아름다운 ‘나눔’ 문화가 잘 지켜져야 하는 만큼 또 잘 감시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아쉬움이 있지만 고유의 미풍양속을 지켜감과 동시에 선진 정치·선거 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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