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해가 저물면 
노래를 부르기엔 너무 늦으니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고 
미소 짓고 싶거든 지금 웃어주고 
불러야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불러야 한다

 

 
▲ 맹광주 이사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우둔하고 어리석어서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지만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후회한 적은 없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길이란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고 그 길에서 얻게 되는 행복이란 그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가고 같은 골목길을 지나도 그때마다 느낌은 매일 같지 않았다. 어떤 날은 눈이 부시도록 햇빛이 가득하고, 또 어떤 날에는 비가 내려 흐리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바람에 눈까지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았던 날도 있었다. 

골목 어귀 한 그루의 나무조차 어떤 날에는 꽃을 피우고, 어떤 날에는 잎을 피우고, 무성한 나뭇잎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젖으면 빗물이 흐르고, 그렇게 계절은 지난다. 그러나 빛이 바래고 낙엽이 지고 허전해지는 빈 나뭇가지도 예전과 같은 나뭇가지는 아니었다. 

문 밖의 세상도 그랬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서 살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지내다가 저녁이면 다시 돌아오는 하루하루를 살아도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이 아니었고 내일 역시도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다. 

슬프고 힘든 날이 지나면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웃는 날도 있었고, 오늘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후에는 비켜갈 수 없는 아픔의 날도 있었다.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느려지면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생겼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계절마다 햇빛이 다르고 하루하루의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는 아니었다. 

돌아보니 나라는 사람은 그리 위험한 길을 걸으면서 살아오진 않은 모양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다. 

내 삶을 겉돌 만큼 길고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고 그런대로 잘 걸어온 것 같으니 말이다. 아직 가끔씩은 다른 문밖의 세상에서 조금 더 쉬운 길로 나를 유혹하지만 이제는 내가 갖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걸어가지 않은 길들에 대해 욕심내고 꿈꾸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더 가져야 할 것보다 지키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걸어온 나이는 한 가지를 더 갖기 위해 쳐다보면 한 가지를 내 손에서 놓아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제는 더 많이 잃지 않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하루하루가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이 남아 있어서 아직도 세상 속으로 문 밖을 나서는 일이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런 길을 걸어야 한다면 조금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의 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앞을 보며 가야겠다. 그러려면 할 일일이 생각났을 때 지금 해야 한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는지 모르며 어제는 이미 당신과 나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과 나의 해가 저물면 노래를 부르기엔 너무 늦으니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고 미소 짓고 싶거든 지금 웃어주고 불러야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불러야 한다. 

나의 길이 끝날 때까지 시간과 관심을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가야겠다. 길은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고 행복은 지키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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