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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규의 세상돋보기 - 역사는 ‘기억記憶’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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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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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 기억하자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현재 신일철주금으로 불리는 전범 기업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5년 처음으로 소송을 접수한 지 13년, 대법원에 재상고심을 접수한 지 5년 만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한일청구권협정은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근거한 한·일 양국의 민사적, 재정적 채무 관계에 관한 것이고 징용자들의 미수금과 보상금 관련 문구는 일제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이것은 1965년 박정희 정권이 굴욕적으로 체결한 한일협정이자 한·일 간의 과거 배상 문제는 일단락됐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판례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너무나도 늦었지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강제로 징용당해 고통 속에 죽어간 분들, 살아 돌아왔지만 일본 정부의 뻔뻔한 작태와 전범 기업의 파렴치한 태도에 분노를 삭이며 살 수밖에 없었던 분들에게 작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일본군위안부 사죄·배상 문제와 함께 우리 정부의 오랜 숙제였다. 국가 간 과거사를 청산하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였으며, 이 문제로 오랜 세월 고통당한 분들의 명예를 세워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과거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전 대법관, 김앤장이라는 우리나라 최대 로펌은 판결지연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와 전법 기업이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움직였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일제 말 전시체제기 강제동원과 피해 문제는 비단 강제징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강제징병과 지원병, 강제공출 문제, 원폭 피해 문제 등 헤아릴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민간인이 운영하는 사창가인 유곽은 있었지만 일본 정부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발뺌하는 상황이다. 또 징병이나 공출 문제는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폭 피해자문제도 강제징용과 맞물려 사죄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강제동원 문제는 평택지역에도 존재한다. 평택지역에도 일제 말 징용, 징병,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사람이 많다. 이들은 강제 동원돼 불귀의 객이 된 사람도 있고, 귀국하지 못한 사람도 있으며, 트라우마로 대를 이어 고통당하기도 한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으로 평택지역에서만 수백 명이 죽거나 피폭을 당했다. 이들은 귀국 후 각종 암과 백혈병,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으며 후손들은 원인 모를 질병으로 사망했다. 1922년에 태어난 비전동의 이근묵 씨는 ‘한국원폭피해 기호지부 미쓰비시동지회’를 조직해 오랫동안 활동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잘 모른다.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관심조차 두지 못했다.

역사는 ‘기억투쟁’이다. 과거의 아픔은 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뼈를 도려내는 아픔일수록 잊지 말고 명확히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아픔을 다시 겪지 않는다. 일제의 침략과 지배, 수탈, 강제동원은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이다. 해방된 지도 벌써 80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80년 동안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아직도 일제식민지배에 부역했던 수많은 사람이 청산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정권에서는 과거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역사 교과서를 개편해 사실을 왜곡하고 정당화하려 했다.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지역 地域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택지역에도 수많은 ‘친일부역자’들이 존재했다. 필자는 이들 가운데 과거 죄를 반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친일로 얻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양심적 인물도 만나보지 못했다. 강제 동원된 분들의 배상과 일본의 사죄를 놓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민사회단체도 거의 없다. 현재와 미래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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