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주장하는
쌀 목표가격 24만원
밥 한 공기 300원은
최소한의 요구다

 

▲ 조일재 회장
평택시쌀전업농연합회
포승지회

지난해 쌀값이 폭등했다고 각종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보도했다. 심지어 쌀을 북한에 몰래 퍼줘서 가격이 폭등했다는 가짜뉴스가 유행하기도 했다. 쌀 가격이 폭락할 때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부와 언론은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면 마치 쌀 생산 농민이 물가인상의 주범인 양 몰아세운다. 생산자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다. 과연 지금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밥 한 공기 300원은 무리한 주장인가.

2018년 현재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으로 1년 전보다 1.3%(0.8㎏) 감소했다. 지난 1988년 소비량인 122.2㎏에 비해 3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9년 1월 현재 농민이 정미소에 판매하는 평택의 쌀 한 가마니(80㎏) 가격은 19만원이다. 이는 1㎏에 2375원이고 1년에 1인당 61㎏을 소비한다고 하면 1인당 쌀 소비에 드는 연간비용은 14만 4875원이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을 100g으로 한다면 밥 한 공기 240원도 안 되는 현실이지만 식당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쌀값 폭등이라는 내용의 기사는 쓰지 말아야 한다. 경기미로 알려진 평택의 쌀값으로 계산해도 이 정도인데 전국 쌀값의 평균으로 하면 비용은 더 줄어든다. 정말 소비자가 쌀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의 쌀값은 꾸준히 상승한 것이 아니라 폭락에 폭락을 거듭한 다음 회복된 가격이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은 33.9%다. 그대로 쌀값에 적용하면 24만원이 넘어야 한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생략하고 회복된 것만 폭등으로 둔갑하는 정부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농민은 지난 30년 동안 밥 한 공기 200원도 안 되는 쌀값으로 고통받아 왔다. 겨울만 되면 쌀자루를 뒤집어쓰고 여의도에서 노숙하며 생산비를 보장해 달라고 농성을 해왔다. 지난해 9월 11일, 농민은 농번기에도 밥 한 공기 300원을 요구하며 여의도에 모였다. 기자들은 ‘정말 밥 한 공기에 200원밖에 안 되는가’를 묻고 현장 농민에게 이를 확인했다. 11월부터는 국회 앞에서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정부와 언론은 농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쌀값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는 비중은 0.6%다. 핸드폰 요금 3.85%, 커피값 2.6%보다도 낮다. 국민 1인당 쌀값으로 내는 액수는 2018년 수확기 전국 평균 시세를 적용했을 때 연간 13만 3000원이다. 이것이 높은 가격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겹살 1인분(200g)에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밥 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도 2000원이 넘는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5000원도 넘는다. 애완견 사룟값도 안 되는 지금의 쌀값이 정말 비싼 것인가.

지금 농민이 요구하는 밥 한 공기 300원은 당장 쌀값을 인상하라는 것이 아니다. 향후 5년간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절대 농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또한 조속히 농민의 주장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쌀 생산 농민이 주장하는 ‘쌀 목표가격 24만원, 밥 한 공기 300원’은 최소한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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