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변화,
어떤 미래를 꿈꿀 것인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평택평화센터·강정마을, 오키나와 평화단체 연대
미군·자위대 대상, 오키나와 군사기지 반대 집회
군사화 지수 세계 6위 한국, 군대는 최소화 돼야


 

 

 

최근 오키나와는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계획’에 따른 나고시 헤노코 앞바다에 매립의 찬반을 묻는 현민 투표를 앞두고 군사기지 반대 분위기가 확산됐다. 현민 투표는 오키나와현 내의 모든 시·정·촌에서 시행되고 ▲찬성 ▲반대 ▲어느 쪽도 아니다 세 가지 답안을 선택할 수 있으며, 지난 2월 24일 진행됐다.
현민 투표를 앞두고 오키나와 평화활동가들은 ‘헤노코 신기지 반대, 현민 투표 성공시키자’는 구호를 외치며 반 군사기지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반 군사기지를 외치는 평화활동 단체인 ‘오키나와 한국 민중연대’와 ‘카데나 피스액션’, ‘미야코지마 자위대 군기지 반대 실행위원회’는 한국의 평화활동가를 초청해 ‘오키나와 한국 민중회의-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방문은 ‘오키나와 한국 민중회의-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돼 이뤄졌다. 개인적으로는 오키나와 기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 군사기지 운동을 직접 보고 들으며 이야기를 나눈 좋은 기회가 됐다. 이번 보고서는 5박 6일간 진행된 오키나와 심포지엄의 여정을 적은 것이다.   - 편집자 주 -



 

 

 

■ 심포지엄 “군사기지를 철거하자”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한 현지 평화활동단체는 미군 최대의 국외 군사기지를 껴안고 있는 경기도 평택과 한국군 해군기지를 껴안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를 초청했다. 평택에서는 강상원 전 평택평화센터장과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을,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는 문정현 신부와 오두희 씨를 초청했고, 3명의 강정지킴이도 함께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심포지엄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정상회담으로 한국전쟁 종결로 향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미군기지와 일본 자위대, 한국의 군사기지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카데나에서는 같은 미군기지를 껴안고 있는 평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이 진행됐고, 자위대 기지 문제를 껴안고 있는 미야코지마에서는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강정마을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정마을에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20여 일 동안 일어나지 못했던 문정현 신부는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 3일 전에 극적으로 열이 내려 참여하게 됐다. 오래전부터 미군과 관련해 군사기지 반대운동에 참여해 온 83세의 문정현 신부는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남북통일이 되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며, 카데나기지의 미군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력히 말해 건강을 걱정하던 우리를 안심시켰다.
또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카데나 주민들의 “촛불집회를 계기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하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미군기지에 관해서는 일본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해 참여자들의 지지 박수를 받았다.
기조연설이 끝나고 바로 평택 대추리 싸움 미공개 영상 ‘평택 투쟁의 소개’를 상영했다. 이 영상은 나카이 신스케 씨가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대추리에서 생활하며 촬영한 영상이다. 미공개 영상이었던 터라 강상원 전 센터장과 나도 처음 보는 영상에 놀라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2006년 5월 4일 행정대집행이 있던 날, 팽성 대추초등학교 투쟁 모습을 보며 나카이 신스케 씨가 그날 대추초등학교 안에 깊숙이 들어가 촬영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디오 상영을 마치고 평택 대추리 싸움에 대한 강상원 전 센터장의 연설이 이어졌다. 강상원 전 평택평화센터장은 ‘2006년 대추리가 강제 수용된 미군 평택기지 확장 공사에 대한 반대운동’ 이야기를 통해 ‘기지 건설로 인해 아름다운 마을이 파괴되는 과정’과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605평을 구입해 우리도 주민이 되어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자’는 ‘한평지주운동’ 이야기 등 평택평화센터 설립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어 평택 미군기지 현황과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 주민 피해를 이야기한 필자는 “한국의 군사주의적 방식으로는 우리의 삶에 평화가 오지 않는다”고 강력히 말했다. 또한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모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평택평화센터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과제”이며 “자기가 서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작은 일을 꾸준히 할 때, 우리 모두가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카데나 주민들도 ‘오키나와도 한국과 연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군을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며 한국과 현지 주민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더욱더 힘낼 수 있도록 ‘힘의 원천’을 만들어가자고 결의했다.

 

■ 군사기지 건설 반대 집회
카데나와 미야코지마에서의 심포지엄을 마무리하고 우리 일행은 헤노코와 미야코지마의 ‘자위대 신기지 건설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오키나와와 한국의 현장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것은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섬세하고 꾸준하지만 다소 열정이 부족한 오키나와 사람들과 투박하고 급하지만 강렬하고 열정이 넘치는 한국 사람들이 집회를 만들어가는 방식은 서로에게 큰 배움이 됐다. 특히 미야코지마 집회에서 한국 참가단은 즐거운 율동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집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갔다.
신기지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를 이끌어가는 한국 참가단을 보며 미야코지마 주민들은 정말로 좋아했다. 그리고 집회가 열린 2월 12일은 지난 2017년 11월 6일 시작된 신기지 반대 집회를 통해 463일 만에 현장 정문을 막아, 처음으로 기지건설 출입을 저지한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과 오키나와가 연대하면 기지 건설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에 미야코지마 주민인 시미즈 씨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번 심포지엄도, 집회도, 교류회도 모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론장’ 임이 틀림없다. 공통된 사회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가 겪은 경험의 기록을 나누고 이야기를 통해 지금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지 견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오키나와 사람들은 국제 연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의견을 참조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어갔다. 물론 한국 참가단도 마찬가지다.

 

■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독일의 본에 있는 ‘군수기업의 민간기업으로 전환 국제센터’가 발표한 ‘종합적인 군사화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군사화 된 국가다. 이 지수는 국가예산에서 군비 비중과 징병제의 유무, 병역 복무기간, 대체복무제의 유무, 민간의 군사문화 침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 수치로 보면 한국은 29위의 미국이나 17위의 사우디아라비아 보다 훨씬 군사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군사화지수가 높은 국가는 지금도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그러한 분쟁이 당장이라도 터질 수 있는 이스라엘이나 러시아, 아르메니아 같은 강성 징병제 국가들뿐이다. 그만큼 한국은 일상에 군사문화가 강력하게 침투해 있다. 특히 미군 최대의 국외 군사기지를 껴안고 있는 평택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재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로 인해 오키나와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뼈 속 깊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우리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거’나 ‘군사기지 반대’ 등 구체적인 구호를 잠시 뒤로 미루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 할 수 없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의 언어와 한국 평화활동가의 언어는 조금 달랐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까?” 심포지엄에 참여한 카네다 주민이 한국 참가단에게 던진 질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사실 심포지엄에서는 나에게 답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면에나마 답변을 적으며 마무리한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주말에 바람 쐬러 평양이나 원산에 다녀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모두가 무상으로 치료받는 사회, 집이 필요하면 공공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사회, 입시가 사라지고 ‘명문대학’이란 개념이 없는 사회, 대학까지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노조에서 활동하면 그 직장 이사회의 이사가 되는 사회, 지시가 아닌 ‘제안’을 받는 사회, 군대의 규모가 최소화된 사회를 꿈꾼다. 누군가는 ‘그건 순전히 꿈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래 꿈, 맞다. 하지만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꿈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꿈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펼치고 투쟁하며 활동하다 보면 오늘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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