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5월 20일

잡기로 돈을 빼앗으려다 실패
오히려 돈 잃고 판돈 강탈 도주

 

 

“경기도 진위군 군내면 서문리 이통 이호 유등식(京畿道 振威郡 郡內面 西門里 二,二 柳東植) 삼십칠세 자와 동면 만촌리 이통 구호 한기조(同面 晩村里 二,九 韓基祚) 삼십 칠세된 자와 동면 교촌리 일통 구호 윤덕환(同面 校村里 一統九戶  尹德煥) 삼십삼세된 자의 삼명은 동면 만촌리 이통 이호 정기군(二,二 鄭基君) 오십구세된 자의 벼 십 석을 팔아 백여 원의 현금을 가진 것을 보고 잡기판을 설시하여 빼앗아 먹자고 동모한 후 유동식은 그 권유하는 직책을 맡아서 정모의 집의 게서 감언이설로 꾀이니, 정모는 쾌히 응락하여 유모와 같이 동군 군내면 서문리 일통 십호 홍성옥(一,十 洪成玉)의 집에 가서  네 사람이 머리를 모으고 앉아서 잡기를 시작하였는데, 그 사실은 삼인이 공모한 바와 같이는 전혀 반대가 되어 정모에게 도리어 다소의 금전을 잃었을 고로 유동식은 완력으로 정모의 앞에 있는 장전 육 원을 탈취해 도주하였으므로 정모는 수원경찰서에 자현하여 검사국으로 넘겨 심사 중이라더라”(매일신보 1913년 1월 30일)

‘난잡이 저잡’이란 말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할 정도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흔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듯이, 의미는 약간 다르지만 ‘그놈이 그놈’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시쳇말로 ‘내로불남’이다. ‘난잡’의 사전적 의미로 ‘품성이나 행동 따위가 막되고 잡됨’으로 풀이하고 있다. 바로 난잡한 일이 일어난 사건이다.

1913년 당시 진위군 군내면 서문리에 사는 유등식은 만촌리의 한기조, 교촌리의 윤덕환 등과 막역하게 지낸 사이였다. 그런데 이들은 평소에 잡기 즉 노름을 즐겨했다. 이들은 만촌리에 사는 정기군이라는 사람이 쌀을 팔아 백 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노름으로 그 돈을 빼앗기로 공모했다. 정기군은 유동식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유동식과 한기조, 윤덕환, 정기군 네 명은 서문리 홍성옥의 집에 모여 투전판을 벌였다. 그런데 문제는 유동식 등 3명이 오히려 돈을 잃게 되었다. 이 3명은 공모해 정기군의 돈을 자신들이 따서 가지려고 했는데, 그 반대가 된 것이다. 돈을 빼앗으려 하다가 오히려 돈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유동식은 완력으로 정기군의 판돈 6원을 탈취해 도망갔다. 정기군은 자신도 노름을 했지만 이를 수원경찰서에 신고했고, 유동식 등은 검사국에 넘겨져 조사를 받게 됐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적용이 될 지는 어색하겠지만, 투전판을 벌여 돈을 꾀어내려다가 오히려 돈을 잃게 된 사건이다. 그래서 ‘난잡이 저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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