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산업 성장을 위해
기술 보유를 엄격히 판단하고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이종민 대표이사
한국헬리콥터

필자가 자란 농촌마을은 평택의 동북쪽으로, 용인, 안성, 화성 등 주변도시와 접경지역이자 일제강점기까지 평택군청이 소재했던 평택 진위면이다. 아주 어릴 적에는 평택의 내륙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서해바다의 밀물이 개천을 따라 밀려 들어와, 집 근처 도랑에서 작은 갯벌 게를 잡던 어스름한 기억을 도랑둑에 자리 잡고 있던 미루나무와 함께 간직하고 있다. 그 때 잡았던 게는 짜디짠 간장에 담겨 식탁에 오르곤 했다.

그리고 필자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금강錦江·평택平澤 지구 대단위농업 종합개발사업 구역의 경지정리사업으로 논이 반듯하게 모양과 위치가 바뀌었다. 식구였던 누렁소가 끌던 우차를 타고 편히 다니게 되었으나, 미루나무 그늘도 없어지고 간장 머금은 게는 밥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조합이라 불렀던 관개수로 둑에서 잘 정리된 넓은 평택평야 수도작 논에 헬리콥터가 농약을 뿌리는 경이로운 광경을 넋 놓고 바라 봤던 모습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고 지난 2000년 이후 일부 지역에서 무인헬리콥터를 이용해 농약방제를 시행하다가 최근에는 자동방제 기능이 탑재되고 조작이 편리한 드론이 점차 대중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화 농기계 보급에 발 맞춰 하늘에서 농약을 손쉽게 살포하는 기술 혁명은 고단한 작업을 대체함으로써 노령화돼가는 농촌마을에 아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강이지만, 드론 산업에 있어서는 이웃나라 중국에 못 미치고 있다. 카메라를 장착하고 상공에서 촬영하는 드론은 방송과 예능, 레저 산업에 이미 대중화 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내 촬영용 드론 시장은 중국제품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농약방제용으로 활용되는 농업용 드론의 절반은 중국 완제품이다. 나머지 상당수 제품도 중국산 기성부품으로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제품은 내구성과 기능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농기계 기업들조차도 중국산 제품을 앞 다투어 보급하고 있어, 마케팅 공세에 밀려 시장에서 그 자리를 잃어 가는 형국이다. 이는 미국산, 일본산 트랙터가 우리 농기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우리 정부도 드론 사업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난 드론 기업에 균등분배 방식의 지원 위주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행정을 통해 기술 보유를 엄격히 판단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예산 정책 방향이 설정 되지 않으면 반도체 강국의 면모를 드론 산업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도래하는 산업용 드론 시장을 선도하는 농업 분야에서, 제품의 우수성과 기술 개발의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 농민이 신토불이 제품에 애정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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