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흔적은
다양한 미술 작품에 담겨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졌고
그 흔적이 곧 역사가 됐다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인류가 출현하고 삶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미술과 역사는 함께 했다. 식량을 구하고 오래 살고 싶으며, 자녀를 많이 낳고 싶은 소망 등을 동굴 벽이나 바위에 표현한 벽화와 특정 부위를 강조한 조각품은 인간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미술 작품의 소재는 정치, 경제, 문화, 사랑, 전쟁 등 다양한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흔적 중 인류의 삶에 의미가 있는 것들을 역사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자연스레 미술 속으로 스며들어 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고 있으며,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함께 세상을 그리고 기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의 고대 미술 작품 중에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의 유대관계를 나타내고자 하는 의식적인 작품이 많았다. 그 이전에는 애니미즘과 토테미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원시 신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기복신앙을 중심으로 한 인간 욕구의 해결 주체로서 신성시되는 작품들이 그려지고 만들어졌다.

중세 유럽 미술의 특징은 단연 크리스트교를 중심으로 한 성당건축과 조각, 성화가 중심이 되어 나타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등 당시 미술계를 호령하던 인물의 작품들도 성당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최후의 심판’, ‘최후의 만찬’, ‘천지창조’, ‘피에타’ 등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이 이때 만들어지고 그려졌으며, 신 중심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종교 개혁으로 일반 국민도 성경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예술가들도 성서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그림과 모자이크, 조각 등 작품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14세기 이후 르네상스 시기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전환을 꾀하게 되면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활 전반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인간과 하늘의 신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더욱 나은 인간의 삶을 고민하는 내용이 미술 작품의 소재가 됐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같은 작품은 역사와 철학을 중심으로 한 고차원적 사고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성찰과 자기반성을 통해 인간 내면의 모습을 표현했다.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군상으로, 각 철학자의 특성을 암시하는 재치 있는 인물 표현과 중심으로 집약되는 구도, 웅장한 배경묘사 등을 보면 조화를 추구한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의 벽화다.

현대 미술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주제와 미술 재료를 바탕으로, 삶의 애환과 현실 세계에 대한 풍자,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표현기법 등 다양한 미술사조가 나타난다.

드가, 모네, 세잔 등 빛의 변화에 따라 달리 보이는 자연을 그 순간 그대로 묘사하려 한 인상파 화가들이 일상을 표현했다.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에 의해 탄생한 입체파는 원근법·모델링·명암법 등의 전통 기법을 거부함으로써 화폭의 2차원적 평면성을 강조했다. 자연을 예술의 근거로 삼았지만, 형태·질감·색채·공간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았으며 대상을 철저히 분해해 여러 측면을 동시에 묘사함으로써 사실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새로운 시각 언어를 창조했다면 레제, 들로네, 후안 그리스, 마르셀 뒤샹을 비롯한 수많은 화가는 이를 더욱 발전시킨다. 입체파는 주로 회화와 관련된 표현 양식이지만, 20세기 조각과 건축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미술은 20세기 2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전 세계에서 일어난 식민지 쟁탈전, 내전 등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묘사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소외되는 인간성의 상실과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는 아픈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기록했다.

이처럼 인류의 흔적은 다양한 미술 작품에 담겨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졌고, 그 흔적이 곧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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