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의 변화
사람 중심의 가치로
근본적인 혁신 이뤄져야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평택시가 4월 11일 자로 인구 50만의 대도시가 되었다. 인구 50만 대도시 합류는 전국에서 16번째, 경기도 산하 지자체에서는 10번째다. 지방 도시들은 인구가 줄어 아우성치는데 대단한 일이다. 인구 50만 시대를 맞아 평택시는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함께하는 경축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도시 특례 적용으로 재정 안정성, 자치권이 확대돼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이 쉬워진다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민 중에 인구 50만 시대가 자긍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공무원들에게는 조직과 권한 확대라는 이해관계가 발생하지만, 시민에게는 50만 도시라는 상징성 외에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시대를 달성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이 수치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500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 1억 4000만원이 넘는 가구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고 ‘돈이 돈 버는 사회’로 가고 있어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행복지수가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다. “3만 불 시대에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장선 시장은 인구 50만 시대를 자축하고 양적 성장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고루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구로 도시의 질을 평가하는 개념은 그 역할을 다 했다. 인구증가와 개발이 강조될수록 지역사회가 더욱 공허함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왔던 이유는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행복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공공재로 인식하고 좋은 삶을 위해 평택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시민 행복 증진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50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평택시가 미군기지 평택 이전, 고덕신도시, 삼성전자 유치 등 달콤함에 취해 2020년 88만 인구를 도시계획 목표로 설정하고 과도한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제야 인구 50만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인구계획, 개발계획을 수정하면서 다양한 도시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 시민 행복 중심의 새로운 도시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인구 50만 시대 평택의 현실을 살펴보자.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급락, 신도심과 구도심 격차 심화, 구도심 슬럼화, 미세먼지·악취·주차난 등 생활환경 악화, 외지인과 토착민의 이질화와 공동체 해체, 부의 역외 유출 등 부작용과 후유증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평택시가 100만 인구의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도시계획을 세웠지만, 50만 시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성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2000명의 공무원도 적지 않은 인원인데 대도시 특례로 조직이 확대된다고 해서 행정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도 복지부동, 무사안일, 불친절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시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의 공금횡령, 음주운전, 절도사건, 무책임한 행정 민낯 등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지역사회도 선진적인 시민의식이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윤과 다름을 우선하는 욕망의 문화, 공감 능력과 공공성, 합리성이 떨어지는 지역 풍토는 변화와 혁신이 없는 한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의 공공선에 대한 공론이 요구된다.

50만 평택시대를 맞아 시민과 함께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갖고 평택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지 찾아야 한다. 더욱 살기 좋은 평택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다짐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의 변화, 개발성장에서 사람 중심의 가치로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하며, 지역사회의 틀을 온전히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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