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3월 15일

낮밤 없는 까마귀 소리에 귀 아파
갑오·병술년 처럼 큰 일 날까 우려

 

 

 

“수일 전에 경기도 관내의 진위(振威)와 수원(水原)과 기타 각 군으로 경유하여 돌아온 모씨의 말을 듣건대, 요즈음 전기 지방으로는 까마귀가 어찌 많이 떼를 모아가지고 다니며 지저귀는지 귀가 아파서 견디기 어려운 중에 더욱이 낮에 많이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 밤에도 쉬이지 아니하고 지저귀고 날아서 돌아다니는 그곳 노인들은 말하되 갑오년과 병술년과 같은 해에 까마귀가 지저귀더니, 금년에 또 이와 같은 일이 있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고 여러 가지 풍설이 유행하더라고 말하더라.”(『매일신보』 1921년 3월 15일)

‘까마귀’ 하면 흔히들 ‘재수가 없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평상시에도 까마귀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일컬어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라고 하여 ‘머리 나쁜 새’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시조에도 보면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고 하여 까마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까마귀가 온통 검은색이어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되며 혹은 검은색이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까마귀가 떼로 몰려오거나 날아다니면 불길한 징조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2016년 12월 수원시 인계동 부근에서 까마귀가 무리지어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이때에도 불길한 징조가 있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앞서 수원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까마귀 떼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까마귀들이 몰려다니면 괜히 불안해지곤 한다.
1921년 3월 봄, 평택에도 까마귀 떼가 몰려다니면서 지저귀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우는 바람에 마을 주민들의 귀가 아플 정도였다. 이처럼 까마귀들이 몰려다니자 지역 노인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까마귀가 떼로 몰려다니며 울었기 때문에 불길한 전조가 아닌가 하는 풍설이 널리 퍼졌다. 그렇지만 다행히 평택지역에는 큰 일 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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