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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고 - 한미어울림축제, 평화를 위한 축제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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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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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정부
평화는 총칼로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권현미 사무국장
평택건강과생명을
지키는사람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은 미국 마블사에서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좋아한다. 영화 속에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영웅들이 있고, 언제나 그렇듯 영웅이 빛나기 위해 악당이 등장한다. 어느 정도 나쁜 악당들이 나오고 영웅을 신성시하는 것을 반복하더니, 이제는 전 우주적 악당이 등장해 온 우주의 절반에 해당하는 생명체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 내가 본 최근 작품의 내용이다. 그들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란, 악 혹은 선으로 대비되고 선인도, 악인도 폭력을 사용한다. 폭력으로 악인을 다치게 해도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이 영화 시리즈가 인기 있는 건 시각적인 화려함과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스토리, 등장하는 인물들의 매력 등에 있겠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마지막을 치닫는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절대 화려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6월 8일과 9일 양일간 ‘미8군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K-6 캠프험프리스 기지에서 ‘한미어울림축제’가 열린다. 지역주민과 함께 한미 친선 강화와 교류 활성화라는 이름을 걸고 경기도와 평택시, 주한미군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다. 축제 기간 기지 안에서는 ‘미군 에어쇼’ ‘군 장비 전시회’ ‘헬기 레펠과 특공무술 시범’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댄싱카니발과 한미친선한마음 축제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매번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극장 안에서 많은 어린이를 흥분시켰던 마블사의 영화 시리즈가 생각났다. 영화 속에는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발사되며, 다리가 휘어지고 땅이 사라지기도 한다. 배우들의 유려한 발놀림과 액션은 축하 공연에 비할 만큼 화려하다. 그리고 그 화려함 뒤에 망가지고 부서지는 도시가 있다. 영화는 일상을 영유하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한미어울림축제를 이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우리의 삶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축제기간 동안 에어쇼를 위해 비행하는 비행기의 소음은 일대 지역민들의 일상을 힘들게 할 것이다. 살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를 선망하는 눈으로 바라볼 우리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폭력과 잔인함에 대해 더욱 무뎌지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군사 축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너무 폭력적이다. 잔인한 뉴스가 많아지는 건 폭력을 축제처럼 여기고, 미화시켜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들이 만든 세계관에 세뇌됐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가 시민의 세금으로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가?

한미어울림축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혹자는 지역의 고유한 축제가 되어 지역민들의 살림에 보탬이 될 것이고,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논리에 치우친 상황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 과학자가 뼈를 주웠다. 주위 사람들이 말렸지만, 과학자는 뼈를 이어붙이고, 살을 붙였다. 숨을 불어넣었다. 뼈는 사자가 되어서 과학자를 집어삼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려하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집어 삼켜진 과학자처럼 후회할지 모른다. 폭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한 축제가 기획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미군기지로서의 상징을 굳이 무기의 우수성과 홍보에 초점을 맞춰야 했을까? 평화를 지키기 위한 민간의 노력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희생한 평택, 미군들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더 많은 고민과 나눔으로 신명 나고 품위 있는 평택이 됐으면 좋겠다. 50만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으니 말이다. 평화는 총칼로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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