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시련
내것으로 만들어
이겨내야

 

 
▲ 이승빈/신한고 2학년
jenny1399@naver.com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라”

이 책의 저자인 이금이 작가가 <유진과 유진>을 통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 주제가 성폭력을 다루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전혀 짐작하고 있지 못했다. 그저 유명한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기 때문인지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이 책은 성폭력 피해자의 삶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력성과 그들의 삶 깊숙이 숨어있는 후유증, 그들의 상처를 완전히 보듬어 줄 수 없는 사회 정책의 부조리함 등도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은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큰 유진과 그녀의 남자친구인 건우 부모님의 태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건우 엄마는 한때 ‘어린이집 원장 성폭행 사건’을 주도해서 해결했을 만큼 그 사건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유진이가 건우와 사귀게 되자 유진을 ‘그런 아이’ 취급을 하며 더는 만나지 못하게 한다. 이 부분에 있어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히 알면서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전과하는 현 사회를 냉철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문제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청소년 도서인 만큼 청소년들의 여러 유형의 상처도 다룬다. 대표적으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나 부모님과의 관계 문제 등은 청소년 독자들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금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주인공들이 이미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힘주어 말하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라”는 의미를 제시한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두 명의 유진은 어릴 적 겪은 ‘성폭력’이라는 상처를 상반된 방향으로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삶을 살아나가는 지혜를 얻게 된 것 같다. 예비 고3인 지금 시점에서 내 어깨에 얹어진 수많은 짐이 어떨 때는 아픈 칼날이 되어 상처를 낼 때도 있고, 앞으로 닥칠 더 큰 시련들의 돛대가 수평선 너머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것도 같아 지레 겁을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를 만드는 것은 나’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런 고통과 시련들을 좀 더 내 것으로 만들어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었던, 또는 읽을 사람들 또한 나와 같은 지혜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와 그들의 상처를 실질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적 대책의 필요성이다. 앞으로 더는 받은 상처가 곪아가는 일이 없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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