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문화재단이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평택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평택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이 평택시의회를 통과했다. 평택시가 지난해 ‘평택문화재단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한 지 1년여 만이다. 지역문화재단 설립은 몇 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필자는 출범을 앞둔 평택문화재단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평택문화재단은 인적인프라 구축에 각별히 힘써야 한다. 재단이 설립되면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서 실무책임자, 행정책임자 등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이 자리는 지역에서 수 십 년 동안 문화예술계에 종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다. 그렇지만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처럼 문화재단의 수장과 실무책임자는 정치권의 외풍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 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 문화예술을 깊이 이해하는 외부인사가 적절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사람이 지역을 잘 안다’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진영 논리에 치우치는 인사도 적절치 않다.

둘째, 문화사업과 예술사업의 조화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전국에는 16개 광역단체 문화재단과 64개의 기초단체 문화재단이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으며 제대로 운영되는 문화재단은 적다. 지역 문화재단들은 하나같이 문화보다는 예술 사업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인력도 예술에 치중해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문화 사업이 소외되거나 문화 가운데서도 학술사업이나 조사·연구 지원 사업은 외면받기 일쑤다. 장기적인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또 고유한 지역문화콘텐츠를 생산하려면 학술연구와 조사·연구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4년 발족한 인천문화재단은 미흡하나마 문화와 예술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려고 노력했다. 일반 목적 사업과 예술 관련 사업 외에도 격월간으로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을 간행하고, 인문화연구총서를 발간하는 등 문화 학술에 일정 역량을 투여했다. 그 결과 상당한 연구 성과를 축적했고 이것을 토대로 인천차이나타운 개발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면 대다수 문화재단의 경우 학술연구는 외면한 채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나 시설을 관리하고 생색내기 좋은 일회성 예술 공연 유치에만 치중하면서 지역사회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셋째,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관官이 문화재단의 옥상옥이 된다거나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문화예술을 활용하려들면 지역 문화예술은 죽는다. 과거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잘 지켜졌기 때문이다. 또 반대의 경우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평택문화재단은 비록 평택시가 설립하고 평택시 산하의 주요 문화예술시설을 관리하며 지역문화예술 진흥사업을 펼치겠지만, 자칫하면 지나친 간섭으로 건강한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은 진보적이어야 살아날 수 있고, 비판과 풍자, 해학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므로 설령 단체장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압력을 가하거나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책임자를 바꿔서도 안 된다.

평택문화재단 설립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어떤 철학과 목적으로 만들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더욱 중요하다. 평택문화재단이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평택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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